1980년 이른바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으로 사형이 선고됐던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재심사건 공판이 8일 오후 3시 서울고법 형사3부(신영철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검찰측이 신문을 포기해 변호인의 반대신문 위주로 진행된 이날 공판에서 김 전 대통령은 "1980년 광주 민중들이 봉기한 것은 5월18일이고 내가 잡혀간 것은 5월17일이었는데 어떻게 내가 선동했겠느냐"며 '내란 선동죄'라는 죄목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또 "당시 캄캄한 지하실에서 욕설과 고문은 기본이었고 옆방에서 고문받는 민주인사들의 비명을 듣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그러나 "신군부를 용서하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국민을 살육하고 정권을 가지려 한 야심은 용서할 수 없지만 개인으로서 그들을 미워하지 않는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한편 재판부는 "건강이 좋아지신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넨 뒤 "불편한 점이 있으면 말씀해 달라"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으며, 검찰도 재판부의 구형 요청에 이례적으로 "법률에 따라 처리해 달라"고 짧게 답했다.
이에 앞서 김 전 대통령은 법원에 출석하면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오늘 재판이 정의와 역사가 살아 있음을 말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재심은 속행 공판 없이 29일 바로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김지성기자 j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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