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개 핵심직위에 대한 정부부처 간 인사교류 및 공모제를 실시하고 고위공무원단을 구성하겠다는 중앙인사위원회의 최근 발표내용은 우리 공무원집단의 폐쇄성 및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위한 개혁조치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성공적인 제도 도입을 위해서는 몇 가지 보완이 필요하다.무엇보다도 명분과 외형에 너무 치중해서는 곤란하다. 고위 공무원들을 상호 교류한다는 형식논리에 너무 얽매일 경우 부처간 정책연계 및 조정이라는 제도의 효과를 얻지 못할 뿐 아니라 공무원 및 정부부문의 공공문제 해결능력 향상이라는 궁극적 목적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둘째, 인사교류 대상자를 현 보직자 일색으로 선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무원은 현재의 직위 중심으로 평가되기보다는 개인의 직무경력 및 능력이 총체적으로 평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초기단계에서부터 지원자를 공모하거나 부처별로 선발해 보낸다면 현 보직자들이 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을 거치다 보면 점차 적임자들이 인사교류의 대상에 진입하게 될 것이다.
셋째, 부처간 인사교류는 기본적으로 고위공무원단 구성을 통한 공직개혁과 연계되어야 한다. 따라서 2006년에 실시하기로 한 고위공무원단의 도입시기를 앞당겨야 한다. 그리고 고위공무원단 인력 풀(pool)에는 국가인적자원관리라는 측면에서 공무원뿐만 아니라 민간전문가집단도 포함되어야 한다. 이 제도는 공직의 개방성 및 경쟁력 확보에 궁극적 목적이 있는 것이다.
이처럼 공공부문 및 민간부문의 전문가집단을 아우르는 고위공무원단을 구성하고, 그 전제 하에 핵심직위에 대한 공모제를 실시해야 한다. 즉, 각 부처별로 핵심직위를 정해 우수공무원을 공모·선발한 후 능력발전을 위한 인사관리를 해야 한다. 이를 개방형 임용제와 연계함으로써 공공부문의 인적자원관리를 시스템화할 수 있다.
넷째, 지금의 개방형 임용제와 같이 내부출신 공무원의 신분보장을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이 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고위 공무원에게는 신분보장이 훨씬 느슨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는 부장에서 이사로 승진하면 사원의 지위를 상실하고, 기업주와 실적에 기초한 개별적 계약관계로 전환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고위공무원단 소속 공무원도 직업공무원의 신분에서 벗어나 해당 부처의 장관과 성과계약을 체결토록 해야 한다. 계약직 고위 공무원의 경우 임기는 보장되지만 신분보장은 약해지는 지위로 전환되는 것이다. 고위 공무원은 중하위 공무원에 비해 자율성이 더욱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째, 고위 공무원들을 과학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실적평가제가 구비되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전문성 확보를 위한 경력개발시스템이 제대로 구축되어 있지 않으며, 특히 고위 공무원의 전문성 평가는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 그러므로 고위 공무원의 전문화를 위한 경력트랙을 부처별, 정책별로 설정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 제도에 대한 공직사회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일부 공무원들은 부처간 인사교류 범위가 넓어지는 경우 인사권자의 자의적인 인사권 행사로 인해 '공직의 정치화'가 심화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정부는 제도 운영과정에서 정치성을 배제할 수 있는 장치를 강구해야 한다. 외부전문가 및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중립적 운영위원회를 구성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인사교류 및 배치의 대상과 기준, 임용기간 및 직무 평가, 신분 및 보수 등에 대한 구체적 실행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나아가 중하위 공무원들에 대한 경력개발 프로그램 및 인사관리의 전문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그래야 중하위 공무원들이 승진해 고위공무원단에 포함되었을 때 보다 경쟁력 있는 공무원으로 능력발전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권 해 수 한성대 교수·경실련 정부개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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