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한 연구기관이 조사한 내용 중에 충격적인 것이 하나 있다. 그 연구결과는 아직도 공식 발표되지 않고 있는데, 서울의 수용능력을 고려할 때 적정인구는 315만 명이라는 것이다. 많게 보아도 600만 명이다. 서울은 이미 과포화된 인구가 난개발을 자초하며 스스로의 생명을 단축시키며 살고 있는 형국이다.서울의 대기오염은 연간 수만 명의 사람들을 암에 걸려 죽게 하는 수준이다. 독일의 한 잡지는 서울을 잠자리조차 날지 못하는 괴물도시로 표현한 적도 있다.
서울에 산다는 것은 문화적, 교육적으로 혜택이다. 그러나 생명체의 입장에서는 곤욕스러운 선택이다. 하루 걸러 시야를 가리는 스모그는 이제 서울의 상징이 되었고, 그로 인한 피해는 주로 약자들이 받는다. 어린이, 임산부, 노약자 등 생리적 약자들은 자신들이 원하지도 않은 채 오염물을 몸 안에 축적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2000년 서울시가 만든 약속인 '서울의제21'은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이제 서울의 하늘은 스모그와 오염물질로 덮이고, 하천은 인간과의 교류가 끊어진 지 오래입니다. 나무가 자라던 자리에는 커다란 회색 빌딩이 들어서고, 새들의 지저귐은 시끄러운 자동차 소음으로 바뀌었습니다.'
작년 산림청이 발표한 서울의 1인 당 도시녹지 면적은 3.4평방미터로 뉴욕의 9분의 1, 런던의 8분의 1, 스톡홀름의 23분의 1이다. 서울은 경제적으로 활력이 넘치는 도시일지언정, 생물학적으로 죽음의 도시인 것이다.
그나마 지금까지 서울을 지켜온 것이 그린벨트다. 그런데 완충녹지로서 시민들에게 산소와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도시의 생명력을 지켜왔던 그린벨트가 이제 송두리째 무너지려 하고 있다. 성탄절에 공개된 78만평 그린벨트 해제는 서막에 불과하다. 더구나 중요한 것은 그린벨트 해제계획은 구체적이지만, 녹색공간 확보계획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것이다. 인공녹지를 얼마 늘린다는 것이 전부다.
자연녹지를 파괴하며, 인공녹지를 조금 늘리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 이미 서울시는 25개 뉴타운 계획을 수립하고 있고, 구별로 개발촉진지구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관악산과 우면산을 파괴하는 계획도 추진중이다. 서울시 전체를 들었다가 놓는 수준이다. 서울의 사막화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린벨트 해제는 난개발을 조장한다. 지가상승 및 부동산 투기를 부채질할 수 있다. 아무리 수도권에 주택을 공급해도 부족한 악순환이 계속되어 온 현실에서 수도권 과밀억제정책과 국토의 균형발전 등 중앙정부의 정책에 반하는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인구과밀화를 초래할 수 있다.
그린벨트는 도시의 확산 방지와 자연환경의 보전을 통해 도시민의 건강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었으나 이번 계획은 시가지를 확대하여 자연환경을 위협하고 파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특히 서울시의 계획에 따른 교통혼잡과 대기오염, 도시화에 의한 토지의 불투수면의 증가 등은 결국 지하수위를 낮추고 하천의 건천화를 가져오며 자연적인 물순환 과정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서울은 더욱 살기 싫은 도시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거대도시 서울에서의 그린벨트는 생명공간이다. 따라서 그린벨트 해제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또한 도심의 과도한 개발방지와 녹지공간 확보의 대안이 충분하지 않다면 강행할 이유가 전혀 없다.
양 장 일 환경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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