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FTA비준 무산/朴의장, 농촌의원들 상대 "나홀로 싸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FTA비준 무산/朴의장, 농촌의원들 상대 "나홀로 싸움"

입력
2004.01.09 00:00
0 0

8일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둘러싼 국회 본회의 대치는 박관용 국회의장 한 사람이 여야 농촌 의원 40여명을 상대하는 구도로 이뤄졌다. 박 의장은 여야 지도부가 모두 수수방관하는 가운데 농촌 출신 의원들의 실력 저지를 뚫기 위해 시종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농촌 의원들에겐 국익이 걸린 사안에 대한 진지한 논의보다는 임박한 17대 총선에서의 표 계산이 중요했다. 박 의장은 결국 내달 9일 본회의에서의 처리를 약속 받은 채 1시간여의 기싸움을 끝내야 했다. 박 의장은 이날 산회를 선포하면서 내달 9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경호권을 발동해서라도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단호한 뜻을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박 의장이 FTA 비준안에 대한 찬반토론 개시를 선언한 시각은 오후 4시10분께. 이를 기다렸다는 듯 한나라당 이규택 김용균, 민주당 김경재 이정일 의원 등 야당 농촌 출신 의원 40여명은 일제히 몰려나와 단상을 점거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30일 본회의에서 제안설명이 끝나지 않았다"며 상정 무효를 주장하다가 박 의장이 "속기록을 보라"고 핀잔을 주자 "농민들을 설득할 시간을 달라"며 매달렸다.

그러나 박 의장은 "이렇게 하면 농촌 문제가 해결되느냐. 의장으로서 더 이상 직무를 유기할 수 없다"며 처리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규택 의원 등은 "일단 정회하고 2월에 처리하자"며 맞섰고 박 의장은 "당당하게 토론하라"고 호통쳤지만 단상을 점거한 의원들은 막무가내였다.

박 의장은 단상을 점거한 일부 의원들이 태연히 사담을 나누자 "다방에 가서 대화하라. 평소에도 이렇게 사이가 좋아보라"고 면박을 주기도 했다.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이 "대통령이 왔다고 다 통과시켜 주는 것이냐"고 이날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방문을 걸고 넘어지자 박 의장은 "대통령과 관계없는 일인데 자꾸 대통령을 언급하는 것은 대통령이 겁나서 그러느냐"고 맞받았다. 박 의장과 농촌 의원들간의 간 설전이 벌어지는 동안 의석에 앉아 있던 도시 출신 의원들 사이에선 "사진 많이 찍었으니 이제 그만하지"라는 야유도 터져 나왔다.

결국 1시간여의 대치는 박 의장이 의원들에게 '반강제적으로' 내달 9일 처리 약속을 받아낸 다음에야 마무리됐고 가까스로 찬반토론이 개시됐다. 반대 토론자로 나선 한나라당 임인배 의원은 "구매력이 낮은 칠레와 FTA를 맺어봤자 경제적 실익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찬성토론자로 나선 한나라당 오세훈 의원은 일부 의원들의 야유 속에 "동북아 중심국가 건설을 위해 빨리 비준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