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8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을 처리할 예정이었으나 야당의 농촌 출신 의원들이 실력저지, 내달 9일로 처리를 다시 연기했다.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은 농촌 출신 의원이 비준안 찬반토론을 막는 등 의사진행을 방해하자 "2월9일 본회의에서 비준안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여야 의원의 동의를 받은 뒤 산회를 선포했다. 박 의장은 "다음 본회의에서 표결을 또 물리적으로 저지하면 의장 경호권을 발동하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A4·6면
한나라당 이규택(李揆澤) 최연희(崔鉛熙), 민주당 김옥두(金玉斗) 이정일(李正一) 의원 등 농촌 출신 의원 40여명은 박 의장이 비준안을 상정한 뒤 찬반토론을 선포하자 본회의장 단상을 점거하고 정회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박 의장은 "세계적 통상추세로 볼 때 비준안 처리가 불가피하다"며 "국회법에 어긋나는 집단행동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맞서 대치가 1시간 이상 계속됐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날 의원 각자의 판단에 찬반을 맡기는 자유투표를, 열린우리당은 찬성 당론을 정했다. 이에 앞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를 방문, 박 의장과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민주당 조순형(趙舜衡) 대표, 우리당 김원기(金元基) 의장을 만나 FTA 비준안 처리를 위한 협조를 요청했다. 노 대통령은 "FTA는 당과 당 사이의 문제가 아니다"며 "농촌 의원의 사정이 어렵겠지만 비준안을 통과시켜주면 정부는 좀 더 많은 정책을 발굴, 농촌의 안정이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또 "정부는 (농촌 의원의) 요청을 다 들어줬다"며 "비준안이 잘 처리되면 농민단체도 반대를 접고 새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민주당 유용태(劉容泰) 의원을 운영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등의 개정을 위한 정치개혁특위를 다시 구성키로 의결했다.
/유성식기자 ssy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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