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잘 아는 어떤 분과 술 한잔 했다. 그 분은 10여년 동안 하던 사업이 경기침체로 계속 적자가 나자 사업을 정리하고 어느 회사에 취업하기로 결정하고는 마음이 울적해서 술 한잔 하자고 내게 연락한 것이다.그 힘들다던 IMF 외환위기도 어렵게 잘 넘어왔는데, 현재의 불황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고 한다. 사업을 정리해야겠다고 말한 것이 불과 며칠 전이었는데 벌써 새로운 회사에 취직까지 했다니…. 그가 당분간 마음 편하게 직장 생활할 수 있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또 한편으론 10년 공든 탑이 무너졌다는 아쉬움도 남았다.
그는 평소 술도 잘 안 마시고, 담배도 별로 피우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는 술이나 담배 모두 많이 하는 모습이었다. 마주 보고 앉아서 이야기하다 보니 둘이 술, 담배를 경쟁적으로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사람들은 그렇게 답답하고 뭔가 잘 풀리지 않을 때 담배를 찾는 경향이 있다. 어제 음식점엔 손님도 별로 없고 크기도 작아서 담배를 피우는 데 지장이 없었다. 하지만 요즘 큰 식당은 흡연석과 비흡연석으로 나뉘어져 있어 자칫 자리를 잘못 앉으면 담배도 마음 놓고 피우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더구나 우리 회사의 건물은 전체가 금연건물로 지정되어 있어서 담배를 피우려면 1층으로 내려가야 한다. 실질적으로 담배를 피우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오는 것이 쉽지 않다. 결국 얼마 전까지 있던 큰 재떨이를 없애버린 다음부터는 복도 끝 비상구쪽에서 몰래 담배를 피우곤 하는데 경비 아저씨나 청소부 아줌마들과 얼굴 마주칠까 봐 가슴을 졸여야 한다.
뭐,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는 까짓 담배를 끊어버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쉽게 이야기하겠지만 그건 담배에 대해 잘 몰라서 하는 말씀이다. 따라서 이젠 비흡연자의 권리만큼 흡연자의 권리도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양이가 쥐를 쫓을 때도 도망갈 구멍을 보고 쫓는다고 하는데, 그러한 배려 없는 정책집행이 흡연자를 코너로 몰고 있다. 담배가 그렇게 나쁜 것이라면 차라리 담배인삼공사도 없애고 담배를 만들지 말아야 한다. (담배에 붙는) 세금은 흡연자에게 거둘 만큼 거두면서 세금 내는 사람들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이렇게 숨바꼭질을 계속하다가 언젠가는 저기 굴다리까지 쫓겨가야 하는가 하는 생각에 오싹한 마음이 든다./파파스머프(http://blog.hankooki.com/poor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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