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재작년 2월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문병욱 썬앤문 회장에게 먼저 직접 요청해 5,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한국일보가 입수(1월8일자)한 검찰 수사기록에서 밝혀졌다. 또 대선 직전 문씨가 건넨 3,000만원도 수행비서가 받았다는 문씨의 진술과는 달리 그 자리에 있었던 썬앤문 김성래 부회장은 노 대통령이 직접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돼 있다. 노 대통령과 썬앤문의 '부적절한 관계'를 둘러싼 의혹은 검찰에 이어 특검의 본격 수사를 앞두고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청와대의 해명대로 5,000만원은 영수증 처리가 된 합법적 정치자금이라고 해서 의혹이 덮어질 사안이 아니다. 문제는 대통령의 진실성과 도덕성에 대한 의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충북 언론인과의 대화에서 문씨와의 관계에 대해 "솔직히 큰 도움을 받은 편은 아니다"고 했다. 알고 지낸 고교 후배라고 하지만 먼저 돈을 들고 온 것도 아니고 이쪽에서 요청해서 받고도 큰 도움을 받은 것이 아니라면 노 대통령의 기준으로는 어떤 것이 큰 도움인지 알 수 없다. 검찰도 지난해 말 수사결과 발표 직후 몇몇 기자에게 '합법 정치자금 5,000만원'을 얘기했다고 하나 노 대통령이 먼저 요청했다는 언급은 없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노 대통령이 취임 직후 그 바쁜 중에 문씨를 청와대로 불러 경내를 구경시켜 주고 오찬을 함께 한 것도 큰 도움을 받지 못한 후배에 대한 대접이라고 보기에는 이상하지 않은가. 이런 의문에 답하기 위해 검찰 수사로 해소되지 않은 노 대통령의 '썬앤문 감세청탁' 의혹이 반드시 풀려야 하고 그것이 바로 특검의 몫이다. 거듭 밝힌대로 노 대통령이 특검의 직접조사를 받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이 이제 더 명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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