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도피성' 출국을 까맣게 몰랐다는 것은 가볍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검찰은 그가 미국으로 출국한 것도 모른 채 다음날 출국금지조치를 했고, 김 회장이 나간 것도 출금 닷새 뒤에야 김 회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알게 됐다. 지난해 11월부터 한화의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벌여 온 검찰이 가장 중요한 수사대상인 그의 동태에 대해 이토록 허술하게 대처했다는 것이 납득이 되지 않는다.출금조치가 올해 초에야, 그것도 출국 다음날 이뤄진 것이 공교롭다기 보다 괴이하다. 일부의 의혹대로 검찰이 묵인 또는 방조한 것은 아니라 해도, 정황으로 보아 수사기밀 및 진행상황이 내부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검찰은 '도피 가능성'을 챙기지 못한 데 대해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게 됐다.
검찰은 실수를 만회하고, 오해에서 벗어나려면 김 회장을 반드시 귀국토록 해야 한다. "구멍가게 주인도 아닌데 돌아 올 것으로 본다"며 귀국을 오직 김 회장의 의사에 맡겨 둘 수는 없다. 김 회장은 한나라당과 함께 '노무현 캠프'에도 불법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아왔기에 그의 즉시 귀국이 이뤄지지 않으면 출국 배경에 쏠려 있는 의혹이 더 증폭될 수밖에 없다.
김 회장과 연락을 취한 한화측이 7일 "김 회장이 조기귀국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도피성 출국 가능성은 더 짙어졌다. 그래도 김 회장은 재계 7위 그룹 총수의 책임과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하루 빨리 귀국해 조사를 받고 잘잘못을 가려야 한다. 김 회장이 문민정부 초기에도 사정한파를 피해 출국, 반년 가까이 외국을 떠돌다가 귀국해 외국환관리법위반 등 혐의로 구속, 처벌받은 것을 국민은 잊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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