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녀 심청의 이야기는 영원한 고전이자 한국 고유의 소재를 추구하는 예술가들에게는 끊임없는 영감의 원천이다. 창극과 오페라, 심지어는 발레로까지 제작됐다. 효의 정신과 한국 고유의 해학이 물씬 풍기기 때문이다. 옛날에도 심청이는 인기를 끌었다. 흔히 아는 판소리 뿐만 아니라 유랑극, 심지어는 심청을 소재로 하는 굿까지 있었다.심청을 소재로 한 과거의 갖가지 장르를 재현하는 무대가 펼쳐진다. 9일부터 11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여기 심청이 있다. 춤의 시각, 유랑의 심청' 공연이다. 춤의 시각으로 본다지만 엄밀히 말하면 우리 전통의 '굿'이다. 전체 공연의 서막을 여는 동해안 별신굿의 '심청굿'에서는 동해안의 신(神)이 된 심청을 만날 수 있다.
10일과 11일에 열리는 '본굿' 무대는 여성농악단과 유랑극단의 잔치다. 이들은 TV가 들어오고 연예인이 등장하기 전 읍내 장터에서 시원한 풍물놀이와 함께 신명나는 마당으로 구름 같은 관객을 몰고 다녔다. 꽃다운 이팔청춘 어린 단원은 이제 50대가 됐다. 세월에 밀려 섬진강과 영산강 유역의 소도시, 서울, 일본 등으로 뿔뿔이 흩어진 이들이 다시 뭉쳤다.
당시에도 춘향전, 흥부전보다 인기가 있었던 것이 심청전이었다. 여성농악단의 '뺑파막(심 봉사와 뺑덕 어미가 황성 맹인 잔치에 가는 부분)'에서는, 춤과 소리, 그리고 타악이 몸에 밴 노련한 꾼들이 심청을 풀어 간다. '강준섭과 유랑 극단'의 '황후막(심 봉사가 심청이를 만나서 눈을 뜨는 부분)'에서는 최고의 유랑 광대 강준섭(70·중요무형문화재 73호 진도 다시래기 보유자) 옹이 보여 주는 해학적이고도 애잔한 감동을 주는 심청을 만날 수 있다. 공연은 9일 오후 8시, 10∼11일은 오후 4시. 1만5,000∼2만,5000원. (02)762―9190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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