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기본적으로 정보와 지식의 전달을 위한 매체이지만, 하나의 예술품이기도 하다. 그것은 '아름다운 책(美書·미서)'이다. 동서고금의 아름다운 책은 물론 현대미술과 디자인의 시원으로 일컬어지는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아트북(art book)이나, 한국의 근현대 화가들이 장정한 책을 보면 미서로서의 책의 전통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국립현대미술관이 대한출판문화협회와 2월1일까지 공동주최하고 있는 '2003 서울 북 아트―아트 북 아트' 전은 이러한 예술품, 내용의 전달 수단이 아니라 조형 그 자체로서의 책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자리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 20여개 국 작가 300여 명의 작품 500여 점이 출품됐다. 한국의 작업으로는 단원 김홍도가 그린 '오륜행실도' 4책 5권이 공개된다. 일제시대부터 1950년대까지 김용준 김환기 정현웅 이중섭 한묵 박고석 최재덕 등이 장정에 참여한 도서들이 출품된다. 김억의 최초의 번역시집인 '오뇌의 무도'(1921)와 시집 '해파리의 노래'(1923), 김소월의 '진달래꽃'(1926), 김동인의 '감자'(1935)등 희귀본도 나왔다.
해외 도서는 현대 디자인의 기초를 놓으면서 아트북의 본격적인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되는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아트 북 70여종이 소개됐다. 엘 리시츠키가 장정한 마야코프스키의 '소리를 위하여'를 위시한 러시아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작품에서 이탈리아 미래파, 독일 바우하우스, 네덜란드와 미국 아방가르드 작가들의 작품까지 고루 접할 수 있다.
또 1920년대 유럽에서 일어난 기계주의, 미래주의, 다다이즘 작가들이 발행한 도서와 각종 기관지, 일본의 혁신적 미술운동이던 마보그룹 기관지 복간본 등 20세기 초반 미술사적으로 의미 있는 도서들도 나왔다. 지난해 10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등장해 화제가 된 무하마드 알리의 회고집 '희생양'도 출품됐다. 독일 타센 출판사가 펴낸 이 책은 800쪽, 100㎝갽50㎝에 무게 34㎏으로 사진만 1만 장이 들어있다.
한국 현대미술 작가로 책을 소재 또는 주제로 작업해 온 화가 고영훈, 김상구, 최은경, 강애란의 작품과 북디자이너 정병규, 안상수, 금누리, 이나미 등의 작업도 소개돼 시대와 미감에 따라 변화하는 책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02)2188―6000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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