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을 위해 미술을 놀이처럼 즐길 수 있게 하는 전시들이 풍성하다. '상상력과 호기심'을 화두로 방학전을 계속해 온 가나아트갤러리가 이번 겨울방학에는 여섯 번째 기획전으로 '반복'을 주제로 한 다양한 미술작품을 보여주는 '재미있는 반복'을 7일 인사아트센터에서 개막했다.쉼 없이 되풀이되는 시간 속에서 우리의 일상 그 자체가 반복이다. 반복되는 일상, 되풀이해야 하는 공부가 따분하게만 여겨지지만 미술 작가들은 그것을 재료와 이미지, 기법의 반복을 통해 오히려 창조적 계기로 전환시킨다. 14명의 작가와 2개 팀은 재기 발랄한 상상력으로 어린이들의 감성과 창의력을 자극, 반복 과정에 리듬과 역동성, 즐거움을 부여한다.
첫 번째 공간 '무한반복'에서 권용래, 김태곤, 김유선, 김수진, 심소라, 조채옥, 황란 등은 한 가지 재료를 반복적으로 사용해 질서있게 단순화한 기하학적 세계를 창조한다. 권용래는 '저녁빛―지평'에서 스테인리스 스틸을 둥글게 잘라 벽에 붙여 조명을 비춘다. 반복적으로 붙어있는 스테인리스 스틸에서 반사된 빛이 시적 공간을 연출한다. 자개로 작업하는 작가 김유선은 '무지개 숲'에서 조개에서 진주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진주를 자개로 만드는 과정 속에서 반복의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김태곤은 '불타버린 교실'에서 형광도료를 착색한 낚싯줄과 라이트를 사용해 빛의 배열이라 할 만한 아름다운 선의 공간을 연출한다.
두 번째 공간 '춤추는세상'에서는 알루미늄 망, 비누 등 일상적 재료를 사용해 사람, 동물의 구체적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작품이 등장한다. 동일한 이미지가 반복될 때 생겨나는 역동성과 변이가 뚜렷하다. 박성태는 알루미늄 망을 이용해 말의 역동적인 모습과 근육의 움직임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한진수의 '공중'은 합성수지로 만든 동일한 인물상을 질서정연하게 벽면에 배치해 다른 듯 닮은 인간의 모습, 유사한 우리의 삶을 보여준다. 이중근은 공중으로 손을 뻗거나 각기 다른 자세로 앉아있는 사람의 모습을 사방연속무늬처럼 배치한 작품으로 또 다른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신미경은 비누를 사용해 데생 모델로 자주 사용되는 '줄리앙' 조각상을 반복적으로 모각한 작품을 내 놓았다.
이 밖에 특별전으로 작가 박은선이 거울과 종이테이프, 영상을 통해 가상 공간을 연출하는 '이중공간' 전도 열린다.
또 우유팩, 종이컵 등 어린이들이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재활용품을 이용해 모빌 등을 만들어 보는 '반복 학습실'도 개설된다. 작가와 어린이들이 함께 상상력과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전시다. 2월8일까지. 문의 (02)720―1020
/하종오기자 jo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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