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로드웨이에서는 주연 배우의 휴가 때문에 한 공연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뮤지컬 '더 보이 프럼 오즈'(The Boy from OZ)의 프로듀서는 이 작품의 주연 배우인 휴 잭맨의 휴가 기간에 공연을 취소한다고 밝혀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공연을 중단하는 이유는 잭맨이 빠진 공연에 온 관객의 실망이 클까 걱정됐기 때문이다.'더 보이 프럼 오즈'가 공연된 임페리얼극장에는 임시 중단 안내판이 내걸렸고, 2월1∼6일, 3월28∼4월2일의 예매표는 환불하게 됐다. 이 같은 발표를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 아무리 잭맨의 인기가 대단하다지만 대역 배우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연을 중단한 것은 브로드웨이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브로드웨이의 모든 프로듀서들은 이제껏 'The Show Must Go On'(공연은 반드시 계속돼야 한다)는 말을 생명처럼 지켜왔다. 브로드웨이에서는 2001년의 9·11테러, 지난해 정전사태나 혹은 폭설 등 대중교통이 두절될 정도의 사건이 아니고서는 공연이 취소된 적이 없었다.
브로드웨이에서 주연배우의 스케줄 때문에 공연이 취소된 아주 특별한 예외는 '골다의발코니'와 '세일즈맨의 죽음' 같은 연극에서나 있었다. 공연 초기에 주연배우가 사고를 당하거나 문제가 생겨 갑작스럽게 무대에 오르지 못할 때, 대역인 스탠바이나 언더스터디마저 미처 준비를 마치지 못한 경우에 한정됐다. 더욱이 최근 엄청난 예산을 퍼부어 뮤지컬을 제작하는 현실로 보아 주연배우의 휴가 때문에 공연을 중단하는 식의 엉뚱한 예는 없었다.
그런데 다른 배우와 스태프들에게는 공연 중단 기간의 급여는 지불된다는 소식이 들린다. 업계 관계자들은 "돈이 남아도는 것인지 도무지 프로듀서의 생각이 뭔지 알 수 없다"고 황당한 표정이다. 공연이 잘되고 있다면 모를까.
지난해 9월16일 프리뷰를 시작한 뒤 대부분의 매체에서 혹평을 받았다. 그나마 잭맨의 연기와 노래는 흠잡을 데 없다는 평가를 받아 그 동안 잭맨의 팬들이 객석을 채웠다. '더 보이 프럼 오즈'는 'I go to Rio', 'I honestly love you' 등의 노래로 80년대 슈퍼스타로 군림한 호주 출신의 가수 피터 앨렌의 이야기를 뮤지컬로 만든 작품이다.
물론 뮤지컬의 스토리나 잭맨의 열연을 감안하면 주연배우가 빠지는 게 흥행에 막대한 지장을 줄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떤 속사정이 있다고 할지라도 '더 보이 프럼 오즈'는 브로드웨이 뮤지컬 역사에서 주연배우의 휴가로 막을 내린 최초의 뮤지컬이란 오명을 남기게 됐다.
/브로드웨이 공연 컨설턴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