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이승열 1집 "이날, 이때, 이즈음에…"/"기다렸다, 진짜 음악을"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이승열 1집 "이날, 이때, 이즈음에…"/"기다렸다, 진짜 음악을"

입력
2004.01.08 00:00
0 0

이승열(33)의 1집은 진지한 음악에 목마른 이들에게는 큰 선물이다. 그가 활동한 모던록 밴드 유앤미블루를 아직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더 말해 무엇할까. 이 땅의 음악이 아닌 듯 세련되고 깔끔하고, 아름다운 그의 음악을 다시 듣는다는 것은 가슴 벅찬 일이다."얼마 전에 홈페이지를 열었어요. 팬들이 제 노래에 얽힌 추억을 하나씩 풀어 놓는데 저조차 잊고 지낸 저의 노래를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쿵쾅쿵쾅 뜁니다." 다시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그는 유앤미블루 이름으로 단 두 장의 걸작 앨범을 발표한 전설로만 남았을 것이다. 방준석과 함께 유앤미블루라는 이름으로 활동한 것은 1994년부터 1997년 사이. 어릴 때 이민을 떠나 미국 뉴욕에서 자란 그는 "딱 3년만 음악을 하고 돌아오겠다"고 가족을 설득하고서야 낯선 고국 땅에 발을 딛었다.

1994년 1집 'Nothing's Good Enough'와 1996년 2집 'Cry… Our Wanna Be Nation'을 발표한 그는 마니아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으며 휴먼 다큐 '인간시대'(MBC)에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중에게 이들의 음악은 생경했을 뿐이다. 상업적 실패로 예술의전당에서의 공연을 끝으로 유앤미블루는 해체했다. 이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의 영화음악 작업과 김동률, 이적의 프로젝트 그룹 '카니발'에 참여했던 그는 1998년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마지막 공연 당시 제작한 라이브 앨범은 마스터링이 끝났지만 대중에게 공개되지 못했다.

그의 음악은 소수의 취향에 가까웠다. 이번 음반은 어떨까. "옛날에는 '우리나라 음악 같지 않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어렵다고도 하고. 이질감이 느껴졌다는 말이니 결국 실패했다고 봅니다. 지금은 달라졌어요. 음악 팬의 취향이 다양해졌고 귀도 고급스러워졌어요. 이제 도리어 겁이 나요. (기대와 달리) '겨우 이 정도야'라고 할까 봐."

유앤미블루의 1, 2집은 명반으로 꼽힌다. 그를 한국으로 다시 불러 들인 장본인이자 그의 지지자인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의 전 멤버 송홍섭씨는 그의 음악에 대해 "어느 날 얼터너티브에 목말라 있던 나에게 그들은 기막힌 대안을 들고 찾아 왔고, 음악을 듣는 순간 당장 매료됐다"고 말한 바 있다. 절판된 후에도 그들의 음반을 애타게 찾아 헤매는 사람들 때문에 음반을 제작한 송스튜디오는 어쩔 수 없이 CD를 복제해 주다가 지난해 500장 한정으로 재발매하기도 했다. "이렇게 희귀해질 줄 알았으면 그 때 (유앤미블루 음반을) 많이 챙겨두는 건데"라고 이승열은 농담처럼 말했다.

음반을 틀면 생생하게 숨쉬는 그의 목소리가 듣는 이의 귀를 잡아 끈다. 고음과 저음을 넘실대듯 오가는 창법에 실려 불안하고 우울한 듯한 그의 목소리는 거칠지만 아름답다. 수록곡 중 'Secret'를 타이틀로 한 것은 그 투박함 속의 섬세함을 가장 잘 드러내기 때문이리라. 첫 곡 '5am'부터 'Mo Better Blues', 영화 'ing'와 '원더풀데이즈'에 각각 수록됐던 '기다림'과 '비상' 등으로 이어지는 13곡은 어느 한 곡 빠질 것 없이 아름답다. U2의 데이빗 보위와 흔히 비교된 그의 목소리는 이제 그만의 감성을 드러내고 있다.

좀더 젊은 시절 날이 선 듯 까다로워 보이던 모습도 세월에 따라 부드럽고 따뜻하게 변해 있었다. 음악도 이제 좀 더 다수의 취향에 닿을 듯하다. 팬들은 "이번에는 어디 가지 말고 오래오래 들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소박한 바람을 드러낸다. 그 바람을 그는 알고 있을까.

/최지향기자 mis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