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조각가 구성호(37)씨가 동선(銅線)을 사용한 새롭고 흥미로운 누드 '드로잉조각'을 선보이는 '트레이싱 바디(Tracing Body)' 전을 31일까지 문갤러리에서 열고 있다.원래 누드는 서구미술의 개념이다. 애초 동양의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구씨가 만들어낸 누드를 보고 있으면 거기서 동양적인 미감, 혹은 동서양의 누드가 하나로 어우러진 것 같은 묘한 느낌이 전해진다. 서양화와 동양화, 조각과 서예가 그의 누드 작업에서 한데 만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동선을 이용해 마치 크로키를 하듯 누드를 빚어낸 기법이 새롭다. 누드의 몸체와 머리카락 등 각 부분의 선의 굵기와 형태에서 섬세한 손의 움직임이 느껴진다. 작가는 모델을 두고 크로키를 한 뒤 그 위에 트레이싱 종이를 대고 동선을 구부려 형태를 만들고, 용접 작업을 거쳐 작품을 완성한다. 구씨는 원래는 석조각을 해온 작가다. 엄청난 크기의 돌을 깨고 다듬는 육체노동 같은 석조각을 해온 그에게 이번 작업은 마치 몸을 풀 듯 가볍게 시도해본 것이기도 했지만, 기존 철조각 작가들도 생각지 않았던 새로운 영역이었다. 이번이 7회 개인전인데 우연히 그의 이 작품을 접한 캐다나 현지 작가의 초청으로 지난해 말 밴쿠버 케리스데일 커뮤니티 센터에서 먼저 초대전을 열었다. 경기 안성에서 작업하고 있는 그의 이웃인 시인 고은씨는 구씨의 작품에 대해 "기교를 거절하고 있는 어떤 침묵이 있다"며 "놀라운 육감이 물 속의 작은 고기들처럼 생동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02)3474―3019
/하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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