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재계 7위인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돌연한 출국에 대해 뒷말이 무성하다.6일 김 회장의 전격적인 미국행이 알려진 이후 대부분 한화 관계자들은 어리둥절해 하면서 총수의 장기간 경영공백과 비자금수사로 그룹이 받게 될 타격을 우려하며, 충격에 휩싸인 표정이다. 김 회장의 출국은 대선자금수사로 검찰이 출국금지 조치를 취하기 하루 전, 최측근 인사들만 아는 가운데 은밀하게 이뤄져 배경에 대해 갖가지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한화측은 김 회장의 미국행이 지난해 10월부터 준비해온 것으로, 12월 18일 미국 스탠퍼드대 아·태연구센터로부터 객원연구원 자격으로 초청장을 받아 이루어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하지만 김 회장은 DJ정부 시절인 2002년 12월 여러 잡음 속에 대한생명을 인수한 뒤 "대한생명의 정상화에 주력하겠다"면서, 집무실도 여의도 대생빌딩으로 옮기는 등 의욕을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같은 해명은 옹색하게 들린다. 경기침체가 심화하고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그룹 총수가 '한미관계의 미래와 비정부기구의 역할' 이라는 '한가한' 주제를 놓고 6개월간이나 해외에서 머문다면 오히려 무책임한 행태로 비판을 받아야 할 상황이다.
검찰은 비자금 조성 의혹을 수사하기위해 김 회장의 조속한 귀국을 종용하고 있지만, 김 회장은 현재까지 확실한 귀국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다. 10대 그룹 대부분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돌출한 김 회장의 수상한 행보는 불필요한 의혹만을 부채질 할 뿐이다.
한화그룹의 한 임원은 "구멍가게 사장도 아닌데…김 회장이 조기에 귀국해서 비자금 의혹에 대해 소명하는 것이 그룹을 살리고, 임직원들의 자존심도 회복시키는 올바른 처신"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의춘 경제부 차장 e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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