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코미디 하우스'(토 오후 7시)는 뻔뻔스럽다. 출연자들은 자신들의 단점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자랑하고 다닌다. '라이브의 여왕' 김미연은 말도 안되는 노래 실력으로 수많은 가수들의 노래를 '라이브'로 소화한다며 덤비고, '웃지마' 같은 코너에서는 불치병에 걸린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한 코미디언이 등장해서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연기를 한다. 어디 그뿐인가. '노 브레인 서바이버'로 순식간에 스타가 된 정준하는 '섹시한 여자스타'를 맞히라는 질문에 엉뚱한 사람을 대고는 이렇게 얘기한다. "내가 거짓말을 할 거라는 편견을 버려!". 정말로, '코미디 하우스'의 모든 출연진은 자신들의 행동이 말도 안 된다는 편견을 버리라고 소리지르는 듯하다.그런데 정말, '코미디 하우스'는 그런 편견만 버리면 얼마든지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코미디 하우스'의 뻔뻔한 바보스러움은 우리가 점잖은 체면에 차마 대놓고 말하지 못하는 것들을 모두 까발려주는 장치이기 때문이다. 그 실력으로 라이브하는 게 뻔뻔하다고? 그럼 안 맞는 음정으로 굳이 라이브를 하는 가수는? 심각한 상황에서 웃긴 모습으로 연기하는 게 황당하다고? 그럼 툭하면 주인공을 죽이는 드라마는?
'코미디 하우스'는 무엇이든 점잖은 말, 돌려서 하는 말에 익숙한 우리에게 드러내놓고 비웃는 재미를 선사한다. 심지어 SBS '완전한 사랑'에서 연기력 논란을 부른 차인표를 향해, 김희애를 패러디한 인물의 입을 빌려 "그게 (연기가) 자연스럽니? 니 연기 때문에 내가 울다 웃은 게 한 두 번이 아니야!"라고 말할 정도다.
'코미디 하우스'는 그래서 신선하다. 누구에게 '되바라진' 말 한마디 하기 힘든 한국에서, 자신들이 웃긴다고 생각하는 것은 거침없이, 노골적으로 비웃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동안 잊혀졌던 풍자 코미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뻔뻔함이 가치를 갖는 것은 그들이 패러디하는 대상, 혹은 비웃고자 하는 대상이 보통 사람들이 감춰뒀던 마음과 공감할 때이다. 대중과 공감하지 못하는 순간, 그것은 매우 진부하거나 '공정치 못한' 코미디가 된다. '대장금'의 스토리라인을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는 '장금아 장금아'는 '대장금'을 비틀어 웃기기보다는 출연자들의 희화화에 그쳐 톡 쏘는 풍자가 실종돼 있고, 계속 같은 과정을 되풀이하는 '라이브의 여왕'은 이제 기계적 웃음만을 이끌어낸다.
얼마 전 불치병 환자를 희화화해 비난을 받은 '웃지마'는 '코미디 하우스'가 늘 아슬아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조금만 대중의 흐름을 놓쳐도 진부해지고, 그렇다고 아무 소재나 붙잡고 비웃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희화화하는 대상을 '두 번 죽이지' 않으면서도 한국의 패러디나 풍자 코미디가 가진 진부함을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정준하라는 스타까지 배출하며 확실한 자리를 굳힌 '코미디 하우스'의 남은 숙제는 바로 그것인 듯 싶다. 그래야 '소심한' 우리에게 계속해서 그들의 코미디가 유치하다는 '편견을 버리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대중문화평론가 lennonej@freechal.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