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온·건조한 날씨가 계속돼 호남을 제외한 전국에서 겨울가뭄이 극심하다. 1개월째 눈과 비가 내리지 않아 강수량이 예년의 10%대로 줄어든 강원 영동지역 등에서는 산불예방에 비상이 걸렸고, 강원·경기·충청·경북 산간지방의 겨울 관광객 유치도 차질을 빚고 있다. 그러나 이달말까지는 큰 눈이나 비를 기대하기 어려워 가뭄은 식수난으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강원 전역에 20여일째 건조주의보가 이어지자 강릉소방서는 살수차를 동원, 화재위험지역에서 살수작업을 벌이고 있다. 강릉소방서 방호구조과 관계자는 "나무와 낙엽이 바짝 말라 있는 상태여서 매일 해안도로가 송림에 물을 뿌리고 있다"고 밝혔다. 속초시 산림녹지과 권순래 계장도 "산불 취약지역에 주야교대로 감시원들을 집중 투입하고 있지만 크고 작은 산불이 잇따르고 있다"며 "눈이나 비가 제대로 내려야 산불위험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건조주의보가 발령된 강릉 평창 원주 춘천 등의 산간지역에 24시간 산불예방 특별지시를 내렸다.
눈이 내리지 않는데다 얼음까지 얼지 않아 일부 지역에서는 겨울축제 개최와 관광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충북 제천시 관계자는 "이맘 때면 의림지가 뚜겁게 얼어 겨울페스티벌을 열곤 했는데 올해는 결빙이 제대로 안돼 얼음 낚시꾼들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8일 대관령 눈축제를 시작하는 평창군은 기다리던 눈이 오지 않자 부랴부랴 제설기를 동원, 인공눈으로 행사를 준비했다. 겨울 눈꽃열차를 운행중인 경북 봉화군은 지난해 연말부터 눈이 오지 않아 승객이 뚝 끊기자 상인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12월 강릉은 강수량이 7㎜로 평년(43.5㎜)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 서울과 춘천도 각각 6.9㎜와 6.5㎜로 평년의 30% 수준이다. 지난해 연말 몇차례 큰 눈이 내린 광주지방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지역의 12월 강수량이 평년의 절반을 넘지 못했다. 강수량 부족현상은 1월 들어서도 계속돼 강원과 영남지방에는 건조주의보가 20일 내외나 이어지고 있다.
기상청 김종군 연구관은 "보통 따뜻한 겨울철에는 중국 남부지방에서 형성된 기압골이 한반도를 자주 통과하면서 눈이나 비가 많이 내리는 데 올해는 난동(暖冬)이면서도 북쪽 내몽고에서 시작된 약한 기압골만 한반도를 지나가고 있다"며 "구조화된 기압골 패턴은 아니지만 당분간 이 같은 기압배치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여 큰 눈이나 비를 기대하기는 힘들겠다"고 말했다.
/김정곤기자 kimjk@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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