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용량 100만㎾로 전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강원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 점봉산 양수댐 건설현장. 국립공원 설악산 구역에 포함된 이곳엔 5만7,000평의 상부댐, 영덕리 남대천의 상류인 후천에는 수몰면적 30만평의 하부댐 공사가 한창이다. 문제는 댐이 백두대간 양쪽 기슭에 위치하게 되며, 양쪽 댐을 잇는 3.5㎞의 지하도수터널이 백두대간을 관통한다는 것이다. 공사초기 백두대간보존회 녹색연합 등 환경단체와 주민들이 댐 건설반대 운동을 전개했으나, 한전은 이에 아랑곳없이 공사를 강행, 현재 80∼90%의 공사 진척도를 보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댐 건설이 완료되는 즉시 대규모 송전탑건설을 위해 또 다른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하다"며 우려하고 있다.백두대간 주능선이 위치한 강릉시 옥계면 자병산 일대 석회암 식생지대(사진). 한반도 석회암지역 중 학술적, 자연자원적 가치가 가장 높은 이곳은 1978년부터 시멘트 원료인 석회석 채광이 시작됐다. 시민단체의 반발로 96년 5월부터 97년 2월까지 공사가 잠깐 중단됐지만 98년 12월 광산개발이 재개 됐다. 보호야생식물인 솔나리과 한계령풀, 한국특산종인 산개나리 백리향 관중 진돌쩌귀 등이 분포하고 있지만 적절한 보존대책은 없는 상태다. 또 자병산 일대는 생태복원 면적이 전체의 10% 미만으로 미미하고, 생태복원도 지역 자생수종이 아닌 외래수종 위주로 이뤄져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아예 사라진 산 정상부와 깊숙이 파헤쳐진 서쪽 사면·전체에 대한 보존 문제를 놓고 시민단체와 개발회사측의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백두대간보호법 제정됐지만
지난해 12월 초 설악산 향로봉에서 지리산 천왕봉을 잇는 684㎞의 '한반도 등뼈' 백두대간을 각종 개발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백두대간 보호에 관한 법률'이 국회를 통과했다. 1년동안의 유예기간을 거쳐 2005년 1월부터 시행될 이 법률이 양수발전소 도로 댐 송전탑 광산 등으로 인해 훼손된 백두대간을 보전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경부가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백두대간 생태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백두대간 관리 대상(면적 3,567㎢) 가운데는 국립공원 6곳, 자연생태보존지역 2곳, 천연기념물보호구역 3곳 등 생태학적, 환경적 가치가 높은 지역이 많다.
그러나 각종 난개발로 인한 백두대간의 훼손은 심각한 생태다. 지리산의 경우 벽소령 관통도로, 세석평전의 군사시설, 양수발전소 등으로 인해 이미 중병상태다.
또 덕유산은 무주리조트, 속리산은 문장대와 용화지구 온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태백산은 대규모 폭격훈련장, 대관령은 대규모 풍력단지, 발왕산은 스키장 등으로 인해 공공연히 생태계 파괴가 자행돼왔다.
녹색연합은 98∼99년, 2002∼2003년 2차례에 걸쳐 백두대간의 훼손 실태조사에 나섰는데 조사 결과 98년 무주리조트 등 8개였던 대규모 난개발 지역은 99년 2배인 16개로 늘어났고, 지난해 조사에서는 30개로 급증했다. 30개 난개발 현장 가운데 광산이 9개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댐 6개, 도로 위락시설 농경지 각 4개, 송전선로 공원묘지 군사시설 각 1개 등 순이었다.
특히 30개 대규모 난개발 현장 가운데 국책사업이 22개를 차지한 것은 백두대간 보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국책사업의 경우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인정돼 환경보호에 대한 각종 예외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백두대간보호법의 보전 범위에서도 벗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지리산 양수발전소 인근 송전탑의 무리한 건설로 2002년 8월 태풍 루사 당시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한전측은 폭우 탓으로만 돌렸다"면서 "국가 및 공공기관에서 적극적인 환경보전 마인드를 갖지 않으면 백두대간보호법도 상징적인 역할 밖에 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 허점 많아
환경단체들은 백두대간보호법이 제정됐지만 무분별한 개발에 제동을 걸기엔 역부족이라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원칙과 기준은 환경부 장관이 정하고, 산림청장이 핵심구역과 완충지역을 구분하여 지정, 고시하는 것은 법의 관리와 시행주체를 모호하게 한 것"이라며 "이밖에도 앞으로 1년의 유예기간동안 개발론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백두대간보존회 김정호 정책실장은 "정부가 백두대간 보호에 대한 필요성을 심각하게 느끼지 않고 있다"면서 "실질적으로 백두대간 난개발을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또 "개발론자들이 법 시행을 앞둔 올해 조기 난개발로 환경 훼손을 심화시키는 것을 시민단체들이 감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두대간 새로운 이슈될 듯
환경보전에 대한 개념이 미흡했던 90년대 중후반 본격적으로 시작된 백두대간 난개발이 새만금 매립, 부안 핵방폐장 문제 등을 통해 급격히 성장한 환경의식과 충돌할 것은 자명하다.
김 실장은 "10년전 백두대간보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환경단체를 불온 단체로 내몰았을 정도로 사회적인 호응이 낮았다"며 "그러나 이제는 환경적 의식이 성장했기 때문에 과거와 달리 백두대간 보전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설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반면 국책사업을 벌이는 정부와 대형 사업을 주도하는 개발업자들의 환경보호의식은 아직 크게 뒤떨어져 이에 따른 충돌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환경파괴 주범" 소리 안들으려면 골프장 입지에 신경써야
수도권 골프장 대부분이 계곡을 따라 건설돼 산림 및 하천 생태계를 단절시키고, 각종 생물의 서식지를 파괴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환경정책평가연구원 권영한 연구위원 등이 지난해 수도권 일대 회원제 골프장 8곳을 표본 조사해 최근 발표한 '골프장 운영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분석'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수계 발원지에 위치한 골프장은 하천을 오염시켜 오염내성에 강한 종들만 생존하게 함으로써 종의 구성을 단순화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기물이 축적된 골프장 방류수 주변의 수질은 청정상태에서 오염상태로 해마다 악화했고, 생태환경을 부정적으로 변질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일본처럼 골프장에 살포하는 질소와 인의 시비와 유출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골프장의 특정지역 밀집도 산림생태계와 하천생태계 파괴에 치명적인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전국의 283개 골프장 및 예정부지 가운데 경기도에 41%(117개)가 집중돼있다. 경기도 내에서도 용인시 26개, 여주시 14개, 안성시 10개, 광주시와 포천군 각 9개 등 대도시 인근이나 산지에 집중 분포됐다.
특히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 주변의 밀집도는 매우 높았다. 경기 북부는 경안천과 곤지암천, 동쪽은 남한강, 서남쪽은 오산천 진위천 한천 안성천 등이 고속도로 등 주요 도로변의 골프장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들 하천에서 오염내성 지표물인 깔따구류의 개체수로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다른 하천보다 67배 이상의 오염도를 보였다. 또 골프장 3개가 하천을 공유할 경우 약 200배의 오염을 유발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골프장을 조성하면서 산지를 깎는 것도 생태계 파괴의 주요인으로 지적됐다. 경사도 40도 이상의 비탈면은 골프장 건설 10∼20년이 지나도록 주변식생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암반 등이 그대로 돌출해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기존 골프장의 환경 파괴적인 요소를 개선하기 위해 이상적인 골프장 건설 조건을 제시했다. 먼저 농경지 매립지 폐염전 폐광산 등 훼손된 지역은 환경적인 이득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또 골프장에는 가급적 고유식물 군집을 식재하고, 코스 조성시 원형보존지역이 생태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주변의 산림이나 생태계에 연계시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와 함께 원형보존지역을 패치(patch)형태로 단절시키지 말고, 녹지 공간들이 서로 연결되도록 조성할 것도 권고했다.
권 위원은 "기존 골프장건설 반대운동은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의 유해성에 집중된 측면이 많았다"면서 "이번 조사 결과는 골프장이 주변 생태계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권 위원은 또 "골프장 입지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골프장의 오염원 정화노력이 없다면 골프장으로 인한 환경 오염은 계속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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