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짙게 낀 7일 아침. 서울 광화문에 직장이 있는 평촌신도시 주민 김모(30)씨는 오전 7시30분 평소대로 승용차를 몰고 아파트를 나섰다.가뜩이나 정체 심한 남태령고개가 안개 때문에 더 막힐 것 같다는 생각에 김씨는 다른 길을 찾기로 했다. "우면산터널이 개통됐다는데 터널 구경도 할 겸, 길 눈도 읽힐 겸 한번 나서볼까."
김씨의 승용차가 외곽순환도로에 올라 학의분기점까지 걸린 시간은 10분. 312번 과천―의왕간 고속화도로로 갈아타고 과천대로를 거쳐 선암IC까지는 대공원IC 앞 양재방향 지하차도에서 잠시 정체됐던 것 말고는 무리 없이 달릴 수 있었다.
가볍게 도착한 선암IC앞. 직진하면 우면산터널이고, 우회전하면 양재대로로 양재IC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거나 강남대로 등을 통해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다. 앞서 달리던 차량 10대중 8대는 생경한 터널 대신 양재대로 쪽으로 내려갔다. 오전8시 정각에 도착한 우면산터널 입구에서 요금정산원이 반갑게 인사했다. 통행료 2,000원을 건네며 "남산터널처럼 3명 이상 타면 공짜인가요" 물었더니 "혼잡통행료와는 성격이 다른 터널이용료라 승차인원과 상관없고, 택시에게도 요금을 받는다"는 답이 돌아왔다. 우면산터널을 무료로 통행할 수 있는 차량은 유료도로법의 감면대상으로 규정된 장애인, 국가유공자 등의 차량과 경찰차, 군작전차량 등으로 한정돼 있다. 800㎤이하 경차는 1,000원만 내면 된다.
2,070m로 서울시내 최장이라는 우면산터널로 들어가니 달리는 차량도 별로 없고 매연 때가 눌러 붙지 않은 깨끗한 벽면이 새 터널의 산뜻함을 전해줬다. 흰색 콘크리트였던 바닥이 어느 순간부터 검정 아스팔트로 바뀌었다. 이 아스팔트 구간이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등에 전달되는 소음을 줄이기 위해 국내선 처음으로 방진매트 공법을 사용했다는 곳이다.
터널 감상은 채 2분도 안돼 끝났고 굴을 빠져 나오니 바로 서초3동 사거리다. 라디오에서 "남태령길 정체가 시작됐고, 경부고속도로는 서초에서 한남까지 서행한다"는 교통방송이 흘러나왔다. 김씨는 "오늘의 선택은 옳았다"며 미소지었다.
반포대교까지 신호대기 외에는 막힘이 없었고 다리를 건너서도 조금 이른 시간인지 여전히 원활했다. 남산3호터널로 해서 시청을 지나 광화문에 있는 회사에 도착한 시각이 8시25분. 평소보다 20∼30분 빨랐다. 벌어놓은 시간에는 우면산터널서 2,000원, 남산3호터널서 2,000원 등 4,000원의 '기회비용'이 투입된 것. 김씨는 "빠르긴 한데 통행료 등이 부담돼 급할 때만 이용하는 게 좋겠다"고 결론지었다.
과천, 의왕, 안양 주민들의 새로운 서울 연결로, 우면산터널이 개통된 이후 첫 출근일인 7일 오전 우려했던 반포로의 정체는 일어나지 않았다. 통행료 부담 등으로 터널을 이용한 차량이 아직은 적었기 때문이다. 터널 운영을 맡고 있는 (주)우면산개발은 7일 오전11시까지 총 4,694대가 통행했는데 오전7∼9시 출근시간대의 경우 도심방향 1,199대, 과천방향 364대가 통과했다고 밝혔다. 6일은 오후6시부터 자정까지 총 4,042대가 이용(과천방향 1,832대, 도심방향 2,210대)했다.
서울시는 최소 2주 정도의 적응기간이 지나면 하루 5만여대가 이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앞으로 반포로의 교통상황 악화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하지만 터널 개통과 관련 교통체계 개선 등 대책이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어 기존 반포로 이용 시민들의 불만이 커질 전망이다.
시는 이전에 고가차도나 지하차도 건설 등 반포로 속도 향상을 위한 구조개선을 검토해 보았지만 주변 여건상 구조변경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서초역사거리는 지하차도가 가능하지만 서초동 정보사 이전시 사당로와 테헤란로의 연결 공사를 할때 함께 착공키로 미뤄진 상태다. 시 건설안전본부 채수훈 과장은 "반포로의 차량 추이를 지켜본 후 체증이 심해지면 경찰과 협조해 횡단보도 수를 줄이거나 신호주기를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말했다.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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