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상당수 의원들이 스스로 진퇴를 결정하는 것은 우리정치에도 퇴장문화가 정착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 물론 대부분이 다선 중진이고 정치생명이 이미 한계에 도달한 경우다. 하지만 젊은 소장의원과 지역구사정이 상대적으로 좋은 의원도 있음에 주목한다. 공천과 선거를 통한 타의에 의한 물갈이가 아니라 자율적 판단에 따라 거취를 정하는 것은 정치문화의 한단계 성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탐욕적이고 자리에 연연하는 것으로만 돼 있는 정치인에 대한 일반적 이미지가 다소라도 개선되는 것은 극도에 달한 정치불신의 해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정치선진국의 경우 많은 의원들이 선거 때가 되면 이런저런 이유로 알아서 불출마를 선언한다. 정치가 적성에 맞지않아 진로를 바꾸거나, 능력의 한계에 부딪쳐 재당선 가능성이 없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 이유로 정계를 떠날 것임을 선언하기도 한다. 어느 경우에도 바탕에는 국회의원이 권력을 누리거나 부를 축적하는 수단이 아니라, 국민에 대해 봉사하는 자리라는 공인 의식이 깔려 있다.
잘 나가던 한나라당의 소장파 오세훈 의원은 "(의정생활) 4년을 돌이켜 보면 참으로 부끄럽다"며 "조그마한 기득권이라도 이를 버리는 데에서 정치개혁이 시작된다고 주장했던 것을 실행하기 위해 불출마를 선언한다" 고 말했다. 오 의원은 자신의 불출마가 정치권에 '내 탓이오' 정서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원하기도 했다. 춘천의 한승수 의원은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게 마련이며, 그 끝을 사랑이 가득할 때 축복 속에 마치고 싶다"고 했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의장에 취임하면서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나라당 의원들의 잇단 퇴장이 정치권이 스스로를 겸허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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