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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벽난로 찻집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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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세이/벽난로 찻집의 추억

입력
2004.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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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면 가보고 싶은 곳이 있다. 벽난로가 있는 한 찻집이다. 그 곳은 지금의 아내와 연애시절 우여곡절을 겪었을 때 사랑의 의미를 새롭게 깨닫게 해 준, 내게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이다. 누구에게나 어렵고 힘든 과정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지난 뒤의 생각이다. 힘들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할 여유가 없다.다툼이 잦아져 한동안 만남이 뜸하던 어느날. 그녀에게서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반가웠다. 그러나 미안한 마음이 앞섰던 지라 나는 약속 시간보다 일찍 찻집에 도착했다. 찻집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반들반들 윤이 나는 피아노가 무대에 앉아 있었고, 창가 맞은편엔 적벽돌과 진흙으로 꾸민 아치 모양의 벽난로가 분위기를 돋았다. 은은한 나무 향기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손님은 거의 없었다. 벽난로 쪽에 자리를 잡고 그녀를 기다리는데 종업원이 벽난로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다.

그는 잔가지 한 움큼을 집어 벽난로에 넣고 성냥을 그었다. 마른 가지라 금방 불이 붙었다. 잔가지 몇 움큼을 더 올려놓아 불꽃이 커지자 이번에는 좀 더 굵은 가지를 올려놓았다. 불은 활활 타올랐다. 아름다웠다. 왜 불꽃이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불꽃 위로 큰 통나무들을 서로 비스듬히 기대어 놓았다. 잠시 후 잔가지의 불꽃이 통나무에 조금씩 옮겨 붙었다. 활활 타던 잔가지의 불꽃은 사그러들었고, 통나무는 급할 것 없다는 듯 은은하고 묵묵히 자신을 태우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지켜 보노라니 그 동안 가슴을 답답하게 누르던 긴장감이 사라지며 마음이 가라 앉았다. 불현듯 '사랑도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이란 처음에는 잔가지처럼 활활 타오르는 열정으로 가득한 법이다.

그러나 잔가지 불꽃이 통나무에 옮겨 붓듯 그 열정이 은은히 타는 통나무처럼 진실한 사랑으로 변하기 위해선 상대에 대한 믿음과 기다림을 필요로 한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사랑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 때 우리는 사소한 다툼이 잦아지면서 처음의 열정도 사라지고 있었다.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왜 그래?' 하는 마음으로 그녀에 대한 불만 뿐이었다.

불화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스스로 변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이 변하기만을 기대했던 나에게 벽난로는 사랑을 깨우쳐 주었다. 벽난로는 아직 그 자리에 있을까. 딸 아이를 데리고 그 찻집에 가보고 싶다. 오늘처럼 찬 바람이 부는 날에는.

/장주현·서울 노원구 공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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