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6일 저녁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8순 잔치에 참석, 중국요리와 함께 포도주를 마시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은 당초 이한동 김석수 전 총리 등 국민의 정부 시절 각료 등이 마련한 이날 행사에 정치적 해석 등을 우려, 불참하려 했으나 이 전 총리 등이 참석을 간곡히 요청하자 받아들였다고 한다.김 전 대통령은 이날 20분 분량의 특집 다큐멘터리 영상물 '국민의 정부 5년'과 안숙선씨의 판소리 축하 공연 등을 지켜보며 한껏 감회에 젖었다. 김 전 대통령은 감사말에서 "평생 건강하게 살았는데 청와대에 들어가서 신장이 나빠졌다가 요새 좋아졌다"면서 "대통령이 돼서 나를 죽이려 했던 사람, 내 가족을 괴롭힌 사람 모두를 용서하고 한 사람에게도 보복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헤드테이블에 앉은 강원룡 목사는 이날 "2004년 한반도는 김 전 대통령이 몸을 사려서는 안된다"며 "김 전 대통령만은 조심스럽되 나라 문제에 깊이 참여해야 한다"고 현실 참여를 간곡히 요청했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은 "좋은 말씀에 감사하지만 퇴임한 사람은 한계가 있다"며 "결국 현직에 계신 분이 모든 것을 할 수 있다"고 노무현 대통령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또 "국내정치는 개입하지 않겠다"며 "그러나 남북문제와 세계평화를 위해 정부가 잘 해나가도록 격려하고, 분수를 갖고 앞으로도 노력해 나갈 작정"이라고 덧붙였다.
문희상 청와대 비서실장은 건배사에서 "나는 시집가 있는 문희상으로, 평생 두번을 시집갔는데 한번은 (김 전 대통령이 92년 대선에서 떨어진 뒤) 이기택 총재에게, 지금은 노 대통령에게 가 있다"며 "친정(DJ)이 욕을 먹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연회에는 전윤철 감사원장, 정세현 통일부장관을 비롯한 국민의 정부 장·차관과 청와대 보좌진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열린우리당에선 DJ정부에서 노사정위원장을 지낸 김원기 공동의장이 참석했다. 초청대상이 아닌 정대철 상임고문은 행사장에 입장하려다 제지를 받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민주당 조순형 대표는 "초청장도 오지 않았는데 가는 건 눈 도장 찍기 위한 것 밖에 되지 않는다"며 축하 난만 동교동 자택으로 보냈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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