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있었던 방송사의 각종 시상식에서 베테랑 탤런트의 수상소감은 역시 달랐다. 신인급들은 소감으로 자신이 소속된 매니지먼트 회사에 감사를 표시하는 사람이 많았던 반면 베테랑들의 소감에는 같이 출연한 동료, 시청자들에게 감사한다는 말이 꼭 들어간 것이 달랐다. 물론 둘 다 무뚝뚝한 운동 선수들의 소감보다는 세련미가 넘쳤지만 그 자리에 서있게 한 일등공신이 누구인지를 잘 아는 고참선수와 아직 모르는 신인선수의 차이가 그대로 느껴졌다.프로선수와 탤런트는 대중에게 즐거움을 주는 대가로 돈을 버는 직업이라는 면에서 닮은 점이 많다. 주전선수와 주연배우, 한등급 아래선수와 조연, 수많은 2군 선수와 엑스트라가 있어 그 구조도 흡사하다. 거기에서 빛 못보고 사라지는 무명선수, 무명배우가 부지기수지만 뛰어난 스타는 흥행을 좌우할 정도로 위력을 발휘하고 엄청난 돈과 명예를 함께 갖게 된다는 점도 같다. 또 연말의 각종 시상대는 그들의 주무대이고 수상소감도 대개는 그들 몫이다.
프로선수나 탤런트를 상품으로 하는 흥행사업은 스타시스템이라는 사업의 특성상 스타의 일거수일투족에 영향을 받는다. 멋진 한마디나 어설픈 발언에 팬이 모이고 이탈하는 현상이 흔히 있다. 따라서 흥행 사업자들은 사복 입은 스타들의 짧은 말에도 신경을 쓰게 되는데 시상식의 수상소감도 그 중 하나다. 많은 팬들이 지켜보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가 공식석상에서 멋진 말을 하면 "역시 내가 좋아할 만해"하고 호감을 더 쌓게 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곧 그들이 등장하는 경기나 드라마의 관중증가, 시청률 상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기력을 타고난 탤런트들은 공식석상에서 얼마든지 세련된 말을 구사할 수 있겠지만 직업특성상 표현력이 떨어지는 운동 선수들은 별도로 연기교육을 받기도 한다. 화려한 골 세리머니나 눈에 띄는 복장이나 헤어스타일을 추천하고 사복으로 대중 앞에 설 때는 반드시 '겸손'하게 보이게 할 것, 또 장애인단체나 고아원, 양로원에는 무료로 출연할 것 등에 대한 교육을 말한다.
물론 시상식에 섰을 때 추천하는 수상소감 모범답안도 있다. 예를 들자면 감사를 표할 때 소속팀이나 학교, 자신을 도와준 팀 동료, 지도한 코칭스태프를 앞 순서에 놓고 팬들의 성원에 대한 감사가 빠지면 안 된다는 것 등이다.
그런 교육에도 불구하고 운동 선수들은 탤런트와 달리 가끔씩 말 실수를 한다. 하지만 스포츠 팬들이 웃어넘길 수 있는 것은 이번 겨울에도 보여주었듯이 불우이웃돕기 등 자선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행동이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정희윤·(주)케이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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