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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04]<5·끝> 올림픽 유도 기대주 이원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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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2004]<5·끝> 올림픽 유도 기대주 이원희

입력
2004.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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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전 5분전. '한판승의 마술사' 이원희(23·마사회)가 락커룸에서 무릎을 꿇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원희는 이어 두 눈을 감고 마음속에서 성경책을 꺼냈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구절을 찾아내 읽기 시작했다. '강하고 담대 하라.'8월18일 그리스 아테네 북서쪽에 자리잡은 아노 리오시아 경기장. 오전 10시30분 남자 유도 73㎏급 1회전 경기시작과 함께 이원희의 호쾌한 한판승 퍼레이드가 불을 뿜기 시작했다.

5연속 한판승으로 결승에 오른 이원희의 상대는 지미 페드로. 1999년 세계 선수권자 페드로는 지난해 코리아 오픈 결승에서 이원희의 49연승 도전에 마침표를 찍은 미국의 간판스타. 이원희로서는 9개월만의 '복수혈전'이었다. 5분 경기 중 1분여가 막 지날 즈음 힘이 좋은 페드로가 이원희를 번쩍 들어올리며 메치기를 시도했다. 중심을 빼앗긴 이원희의 절체절명 위기. 다행히 오른 어깨만 메트에 닿아 절반을 내줬다. 코리아 오픈 연장패배의 악몽이 되살아 나는 듯 이원희는 잠시 얼굴을 찡그렸다. 그러나 이내 '강하고 담대 하라'는 성경구절을 되뇌이며 평상심을 찾았다. 몇 차례 잔기술로 '유효'를 주고받는 사이 1분여가 더 지났다. 비지땀이 연신 등줄기를 타고 흘렀고 경기는 중반전에 접어 들었다.

한판승 행진에 힘이 달린 탓일까. 이원희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해졌다. 권성세 국가대표팀 감독의 작전지시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허공에 맴돌았다. 전광판엔 경기종료 5초가 남았다는 신호가 깜빡였다. 태릉 불암산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다짐한 금빛 꿈이 물거품이 되려는 순간 이원희가 페드로의 오른쪽 어깨를 파고 들며 전광석화같은 업어치기를 토해냈다. 페드로의 양발이 공중에 붕 뜨는가 싶더니 심판의 오른손이 수직으로 하늘을 갈랐다. 믿기지 않는 대역전 한판승에 8,000여 관중들도 뜨거운 환호성을 쏟아냈다.

지난해 8개 국내외 대회를 평정하며 48연승(한판승만 41번)이란 한국유도 새 역사를 쓴 이원희. 그가 아테네 올림픽에서 들려줄 금빛 낭보다.

이원희는 2002년까지만 해도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리스트 최용신(마사회)의 그늘에 가려 있었다. 그러나 최용신의 컨디션 난조로 지난해 국제대회에 대타 출전 행운을 잡았고, 2월 파리오픈 동메달을 신호탄으로 헝가리오픈(3월), 대구U대회(8월), 세계선수권(9월), 아시아선수권(11월)을 잇달아 석권하며 일약 한국유도의 자존심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백상체육대상 투기부문 수상자로 결정되는 영예도 안았다. "유도 그랜드슬램(올림픽·세계선수권·아시안게임·아시아선수권)을 달성하고 나면 3연속 세계선수권 제패에 도전하겠다"는 이원희는 최근 훈련에 방해가 된다며 휴대폰 사용을 아예 정지시켜 버렸다.

권 감독은 "이원희는 빠른 발을 앞세운 기습공격이 일품"이라며 "체력만 더 보강하면 올림픽 금메달은 이미 '떼어논 당상'이라고 자신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이원희 프로필

생년월일: 1981년7월19일

체격: 1m72㎝, 75㎏

가족관계: 이상태(57) 이상옥씨(51)의 1남1녀중 막내

출생지: 서울

종교: 기독교

취미: 음악감상

별명: 한판승의 마술사, 쌈짱(싸움을 제일 잘한다는 뜻)

출신학교: 서울 홍릉초교―보성중―보성고―용인대

유도입문: 홍릉초 4학년(11세)

국가대표: 1999년(보성고 3학년)∼현재

인터넷 팬카페 (http://cafe.daum.net/ydloh)

주요 경력: 2003 파리오픈 3위

2003 헝가리오픈 1위

2003 유니버시아드 1위

2003 세계선수권 1위

2003 아시아선수권 1위

2003 코리아오픈 2위

수상 경력: 2003년 자황컵 남자 최우수선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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