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고객의 주민등록번호가 잘못된 금융계좌가 무려 400만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주민번호 오류 계좌는 국세청의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도 잡히지 않기 때문에 세금탈루 등 범죄에 악용됐을 개연성도 큰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따라 오류계좌 현황을 국세청에 통보하는 한편 고의로 주민등록번호를 위조하거나 변조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범죄예방을 위해 즉각 거래중단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6일 금감원에 따르면 은행, 보험, 카드 등 국내 전 금융권 1,314개사가 보유중인 3억7,399만개 계좌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전체의 1%인 398만개 계좌의 원장에 고객의 주민등록번호가 잘못 기재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 권역별로는 은행의 오류계좌가 151만개로 가장 많았고 보험사 120만개, 카드 등 여신전문회사 69만개, 증권사 29만개 등의 순이었다.
금감원은 1992년∼95년에 실시된 행정전산화 과정에서 일부 국민들에게 바뀐 주민등록번호가 부여됐지만 해당 고객이 이를 금융회사에 알려주지 않고 금융거래를 계속해, 오류가 주로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휴면(休眠)계좌의 경우 장기간 입력 오류 내용에 대한 정정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고, 보험권은 금융실명제가 적용되지 않아 자녀와 배우자 등 피보험자에 대한 주민등록번호를 잘못 기재한 사례가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잘못된 주민번호로 개설된 계좌는 세무당국의 전산망에 잡히지 않아 그동안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도 누락된 것으로 밝혀졌다. 국세청 관계자는 "자체 전산망에 입력된 주민등록번호와 다른 번호를 가진 금융계좌에 대해서는 현행 시스템상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세청은 이에 따라 금감원으로부터 오류계좌 현황을 통보받으면 정밀조사를 거쳐 미납 세금을 추징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금감원은 주민등록 변경부여로 인한 오류의 경우 이달 말까지 해당고객이 스스로 정정을 하도록 적극 유도하되, 자율정정이 이뤄지지 않은 계좌는 금융사가 개별 점포단위로 일괄 정정토록 했다.
/변형섭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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