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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피플/ 성남 금토동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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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트로 피플/ 성남 금토동 주민들

입력
2004.0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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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도로 판교 IC 북서쪽 청계산 자락. 경기 성남시 금토동 주민들에게 지난 5일은 '잔칫날'이었다. 국방부의 육군 도하부대 이전 계획에 맞서 5년 여 동안 벌여온 반대 운동이 결실을 맺은 것. 국방부는 최근 정책회의에서 군부대 이전 계획을 공식 폐기하고, 법원에 계류중인 군사시설 이전 사업실시 계획 승인 처분취소 항소심 결심 결과와 관계없이 이전을 포기했다.님비 아닌 환경 보전

이날 마을 곳곳에는 '도하부대 청계산 이전 결사반대'라고 쓰인 현수막들이 어느 때보다 활기차게 나부끼고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벅찬 감격과 그간의 고초가 교차하는 듯 한 동안 입을 열지 못했다.

주민들이 부대 이전소식을 처음 들은 것은 1998년. 언론을 통해 '도심 군부대 외곽 이전'계획과 함께 마을 이름이 간간이 거론됐던 것. 당초 군은 주민들의 확인 요청에 '보안상 이유'라며 묵묵부답이었다.

주민들은 불안했다고 한다. "고속도로에다 정보사 예하부대, 통신부대가 마을 동서남북을 둘러싼 터에 중장비로 무장한 도하부대까지 불러들이면 어찌 되겠어요." 이듬해 주민의 3분의2인 300여명이 국방부 담을 뛰어넘어 시위를 벌이다가 다치기도 했고, 국회 청와대 등 각계로 헤아릴 수 없는 결의문과 진정서를 보냈다.

곡절도 많았다. 2000년 서울행정법원의 소송에서 패소, 항소를 했지만 변호사를 구하지 못해 애태우기도 했다.

지루한 법정 공방이 2, 3년 넘게 이어지자 한 마음으로 뭉쳤던 주민들도 하나 둘 흩어지기 시작했다. 경로당을 새로 지어주겠다는 등의 국방부측 회유도 집요해 일부 주민들은 부대 이전을 허용해주고 보상을 받자는 주장을 폈고, 2002년에는 부대이전 찬성파와 반대파 등 2명의 통장이 선출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간 주민들을 가장 괴롭히던 것은 이들의 활동을 '님비(NIMBY·지역 이기주의)' 로 보려는 시선들이었다.

"통신부대 들어올 때만 해도 국가 중대 사업이라고 해서 흔쾌히 동의해준 우립니다. 하지만 이건 사정이 달라요." 주민 권순홍씨(55)는 "600여년간 마을을 지켜온 주민들의 정주(定住)에 대한 소박한 희망과 10만 여 종의 토종식물이 사는 청계산 환경을 후손에 물려주자는 것이 긴 싸움을 견딜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 며 "안보를 이유로 그린벨트를 지정할 수도, 해제할 수도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진 군이 이제는 법과 협의 절차를 중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념비적인 환경분쟁

금토동 주민들의 승리는 환경분쟁사에서도 기념비적인 일이다. 주민들의 저항을 통해 '성역'이었던 국방부를 움직이고 군부대의 입김을 막아낸 일은 전무후무한 일이기 때문이다.

도하부대의 금토동 이전 백지화는 오로지 군의 전력 재배치 차원에서 결정된 일이라는 게 군의 공식 입장. 하지만 일각에서는 주민들의 반발에 굴복해 군부대 이전 계획을 포기한 선례를 만들지 않기 위한 명분일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군도 부대 이전 시 주민들의 동의를 미리 구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소송을 맡아온 환경운동연합 공익환경법률센터의 김호철(40) 변호사는 "값 비싼 도심의 부대 부지를 팔아 헐값의 대안부지를 구하는 방법으로 손쉽게 국방자금을 마련하려는 군의 속셈에 일대 타격을 준 사례"라며 "국방·군사시설은 환경영향평가도 안받고 사업승인이 가능하도록 돼있는 관련법규 개정 등 제도적인 보완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성남=이왕구기자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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