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한국시론]LG카드 공동관리의 덫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한국시론]LG카드 공동관리의 덫

입력
2004.01.07 00:00
0 0

몇 차례 유동성위기를 겪던 LG카드의 처리방안이 산업은행 주도로 4개 채권은행이 공동관리를 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그동안 정부는 LG카드를 청산할 경우 26조원의 막대한 추가손실과 금융시장에 미칠 악영향을 고려하여 공동관리를 추진해 왔다. LG카드의 손실을 정부와 채권은행들이 공동부담하자는 것이다. 반면에 채권은행들은 LG카드에 대한 추가지원 가능성을 우려하여 산업은행의 출자비중을 높이라고 주장해왔다. 어쨌든 LG카드는 이제 산업은행과 채권은행들의 출자로 공동관리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LG카드가 국내 카드업계 1위이고 회원수가 1,100만 명이나 되는 것을 고려하면 청산 시에 우리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무시할 수가 없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정부의 해결방안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LG카드에 대한 정부의 개입은 많은 문제들을 남겨놓고 있다.

먼저 외환위기 이후 다시 공적자금 성격의 자금이 금융기관에 지원되면서 국민부담이 늘어나게 되었다는 점이다. LG카드의 부실은 정부의 감독소홀과 정책에도 문제가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LG카드의 잘못된 경영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여기에 대출해주거나 카드채를 구입한 금융권에도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지난번 외환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금융기관 파산 시에 미칠 악영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또다시 정부의 공적자금이 들어가게 되었다. 특정 기업과 금융기관의 잘못을 국민들이 떠안게 된 것이다.

이번 LG카드의 공동관리는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이 높아지고 있다는 우려를 낳게 한다. 아직도 우리 금융기관 중 상당수는 정부의 공적자금관리 하에 있다. 이제 LG카드도 산업은행을 비롯한 우리은행과 농협 등 정부출자기관의 지분이 50%가 넘게 되어 결국 정부의 관리 하에 들어가게 된다. 금융시장에 대한 과도한 정부개입은 우리 금융산업을 낙후시킬 수 있다.

LG카드 처리는 또한 우리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 기업과 금융기관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정부가 공적자금으로 해결해 줄 것이라는 도덕적 해이가 높아져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의 체질이 약화될 것이 걱정된다.

LG카드가 공동관리로 넘어 가더라도 정부 예상치 이상의 추가부실이 발생할 경우 추가지원이 불가피할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LG카드의 총 부채 21조원 중 실제 부채는 4조8,000억원이며 이중 다시 40%가 회수가능해 2조8,000억원이 실제 부채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전체 20조원이 넘는 자산 중에서 상당수가 신용대출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부실규모가 늘어날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

이렇게 될 경우 LG카드에 대한 추가지원이 또다시 문제로 부상할 수 있다. 결국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으로 다시 국민부담을 증가시키거나 공동관리에 참여한 시중은행들에게 부담을 지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공동관리에 참여한 은행들의 경영 악화로 이어져 금융시장 전반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공동관리로 가닥을 잡은 지금 이러한 문제들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책당국은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 먼저 부실규모를 정확히 파악하여 향후 효율적 경영으로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이나 금융기관의 부담이 최소화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하루 속히 LG카드를 정상화·매각하여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개입증가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앞으로 기업과 금융기관 경영에 대한 도덕적 해이가 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금융감독을 실시하여 지금과 같은 카드사태가 또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김 정 식 연세대 교수·경제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