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 미만 절대 빈곤층이 외환위기 이후 2배로 급증했으며, 이러한 분배구조 악화의 가장 큰 원인은 대규모 실직, 즉 일자리 감소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한국개발연구원(KDI)은 6일 '소득분배의 국제비교를 통한 복지정책의 방향'이라는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히고 분배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무리한 소득 재분배보다는 일자리 창출에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KDI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가구에서 가처분소득(총소득에서 세금·사회보험료를 제한 금액)이 최저생계비를 밑도는 가구의 비율, 즉 절대 빈곤율이 1996년 5.91%에서 2000년 11.46%로 4년 만에 두배로 급증했다. 10가구 중 1가구는 절대 빈곤층이라는 얘기다.
또 소득계층간 상대적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1'이면 완전 불평등, '0' 이면 완전 평등)도 96년 0.298에서 2000년 0.358로 상승,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0개국 가운데 멕시코(0.494), 미국(0.368)에 이어 3번째로 불평등한 나라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DI는 불평등도가 이처럼 위험수위에 달한 것은 가구주의 실직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KDI 분석에 따르면 96년 전체 가구 중 61.9%이던 근로자 가구의 비율은 2000년 55.3%로 줄어든 반면, 무직자 가구 비율은 11.4%에서 18.8%로 상승했다.
이중 일자리가 있는 근로자 가구의 절대 빈곤율은 96년 3.42%에서 2000년 4.86%로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무직자 가구 빈곤율은 28.13%에서 37.02%로 10%포인트나 올랐다.
빈곤 급증이 고소득·저소득층간 임금격차 확대보다는, 일자리 박탈로 인한 무직자들의 급증이 주된 원인이라는 얘기다.
KDI는 특히 환란태풍에 있었던 98∼2000년 가구당 취업자수가 2.1∼2.4명에서 1.5명으로 줄었고, 이로인한 근로소득의 감소가 전체 가계소득 감소의 절반을 차지하면서 '실직→소득 감소→분배악화' 구조를 고착화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KDI 유경준(兪京濬) 연구위원은 "기술진보와 고령화 추세로 어느 정도 소득불평등은 세계적 추세"라며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무겁게 물리는 등의 재분배정책 보다는 일자리를 늘리는 것이 분배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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