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해발 1,567m의 태백산 정상은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인파가 몰리다 보면 짜증도 나게 마련입니다만, 이날 사람들의 표정은 사뭇 달랐습니다. 물론 얼굴과 입술이 얼어 말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날씨는 매섭고 추웠습니다. 그러나 하나같이 표정은 살아 넘쳤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이 이렇게 밝구나, 새삼 깨달았습니다. 활기와 생명력의 얼굴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신년 산행의 또 다른 묘미였습니다.사람들의 손에는 어김없이 핸드폰이 쥐어져 있었죠. '태백산 정상이야. 올해는 우리 열심히 노력해서 결혼하자' '응 아빠야, 올해 공부 열심히 하고 건강하게 지내야 한다. 알았지? 아빠도 열심히 일할게' '나야, 여기 태백산 정상이야. 올해 소망 말해봐. 네 소망도 빌어줄게'….
태백산 정상에서 비는 새해의 소망은 전파를 타고 이곳 저곳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비록 일출을 볼 수는 없었지만 신년 새벽 산행의 발걸음과 하얀 눈꽃 세상만으로도 새날 다짐은 싱그럽게 여물었습니다.
고대부터 태백산은 그런 소망을 기원하는 곳이었죠. 신라시대에는 태백산을 3산5악의 하나인 북악(北岳)이라 하여 하늘에다 제사를 지내는 곳으로 섬겼습니다.
신비로운 눈안개로 하늘과 맞닿은 듯한 이곳에 서면 저마다 하나씩의 소망이 절로 이뤄질 것 같았습니다. 눈안개가 밑에서 보면 구름처럼 보일 텐데, 실제 하늘과 맞닿은 곳이라고 해야겠죠.
'로또 대박' 같은 허황된 꿈은 불온합니다. 올해는 그저 많은 사람들이 내집 장만의 꿈을 이루고, 청년들이 실업의 시름에 벗어나 씩씩하게 사회에 첫발을 내딛게 하고, 온 가족들이 내내 건강하고, 명퇴한 아버지들이 새 삶을 설계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새해 아침에 만났던, 사람들 얼굴마다 가득했던 그 싱그러운 표정들을 일년 내내 전국 방방곡곡에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송용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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