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무대에서 한국인의 타고난 음악적 재능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는 분야가 성악입니다. 재주 넘치는 성악가를 발굴해 좋은 무대에 세워주는 데 힘쓰고 싶습니다."세계적 지휘자 정명훈(51·사진)씨가 새해를 맞아 고국을 찾았다. 8일 열리는 예술의전당 신년음악회에서 코리안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위해서다. 5일 오후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난 그는 한국과 프랑스, 일본 등 3국 합작 오페라 '카르멘'(9월7∼9일 세종문화회관)의 지휘를 맡게 된 것도 한국 성악가 발굴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이 오페라는 한국 국립오페라단과 프랑스 오랑주 페스티벌위원회, 일본 오페라진흥회가 공동 제작한다. 그가 한국에서 오페라를 지휘하는 것은 1994년 프랑스 바스티유오페라단을 이끌고 예술의전당에서 공연한 '살로메' 이후 10년 만이며 국내 단체와 함께 하는 오페라 지휘는 처음이다.
'카르멘'은 프랑스 작곡가 비제의 작품으로 매혹적인 집시여인 카르멘을 짝사랑하는 군인 돈 호세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 '하바네라', '투우사의 노래' 등 귀에 익은 노래가 많은 인기 오페라다. "프랑스에서 오페라 지휘를 처음 맡았을 때 프랑스어도 못 하는 지휘자에 대한 반감이 강했습니다. 그 난관을 뚫고 가장 많이 했던 작품이 '카르멘'이었지요."
3국 합작 공연이 성사된 데도 프랑스와 일본에서 정상급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공이 컸다. '카르멘'은 처음 프랑스와 일본의 합작공연으로 기획됐으나 국립 오페라단 정은숙 예술감독이 간곡히 요청했고, 정씨도 한국 오페라계를 돕겠다는 마음에서 바쁜 일정을 쪼개 흔쾌히 응했다.
그는 2000년부터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상임지휘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도쿄 필의 특별 예술고문을 맡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2년 연속 최고의 지휘자로 뽑혔고, 다국적 오케스트라인 아시안 필하모닉과도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이탈리아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의 음악 감독도 2년만 더 할 생각이다.
오페라 '카르멘'의 오케스트라는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 주연급은 프랑스에서 정씨가 직접 오디션을 통해 뽑은 성악가들이 맡는다. 한국과 일본은 조연 및 합창단을 맡게 된다. 다만 둘째 날 공연에서는 한국 성악가를 주역으로 내세울 생각이다. 그는 "유럽에서 활동 하고 있는 유능한 한국 성악가들이 너무 많아서 이태리에 가면 한국 사람들은 전부 노래를 잘하는 줄 알 정도"라며 "중요한 것은 해외가 아니라 국내에서 이들이 클 수 있는 환경"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반가운 소식 하나를 덧붙였다. "8월 말 또는 9월 초에 명화(첼리스트), 경화(바이올리니스트) 두 누님과 함께 10년 만에 한국에서 정 트리오 공연을 열 예정입니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