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다시 다뤄진다. 그러나 농민단체와 농촌 출신 의원의 반발 때문에 통과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6일 노무현 대통령과 농민단체 대표들의 오찬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데다 한나라당과 민주당도 처리에 소극적이다. 오히려 청와대와 국회는 서로 '핑퐁'만 치는 형국이다. 2월 임시국회 이후로 처리가 미뤄질 공산도 커 보인다.노 대통령과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이날 오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서 만나 FTA 문제에 대해 서로 총대를 메 줄 것을 기대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박용성 대한상의 회장이 FTA의 조기 처리를 요청하자 먼저 최 대표가 "대통령께서 해 주셔야…"라며 청와대로 공을 넘겼다. 이러자 노 대통령은 "정부가 선물을 한 번 줬으니 국회에서 선물을 주고 만들어 줘야 한다"고 맞받았다. 이에 최 대표는 "할 만큼 했는데 원체 국회 앞에서 (농민단체 등이) 판을 심하게 벌리니…"라며 거듭 난색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밀어 붙이면 밀릴 수 밖에 없다. 밀어붙이지는 마시고…"라고 말한 뒤 화제를 돌렸다.
한나라당 홍사덕 총무도 이날 "우리 당은 FTA 관련 예산 책정 등 대비책을 세우고 노력해왔지만 마지막 결말은 대통령이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의화 수석부총무도 "농촌 의원들이 반대하면 당론으로 통과시키긴 힘들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先)대책 후(後)비준'원칙만 내놓은 채 관망하고 있다. 유용태 원내대표는 "지난번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때 의원들이 소신투표를 했다"며 자유투표 원칙을 전제한 뒤 "당론화 여부는 의총에서 다시 논의해 볼 것"이라고 여운을 남겼다.
농촌 의원들의 기류는 여전히 강경하다. 한나라당 농촌 출신 의원들은 8일 자체 회의를 소집했고 민주당 의원들과의 공조도 추진중이다. 박희태(경남 남해·하동) 의원은 "농민단체 설득이라는 사정변경이 없으면 비준 처리를 저지하겠다"고 말했고, 민주당 이희규(경기 이천) 원내부대표도 "본회의에서 농촌 의원의 적극 저지가 예상된다"고 동조했다.
열린우리당은 8일 FTA 비준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수적으로 역부족인 상황이다.
/배성규기자 veg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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