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델 카스트로(77)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이번 주로 집권 45주년을 맞는다.카스트로는 3일수도 아바나의 칼 마르크스 극장에서 열린 혁명 승리 45주년 기념식에서 수십년 동안 지지해준 쿠바 국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이날 국영 TV와 라디오를 통해 생중계된 연설을 통해 "지난 수 년 간 충성심과 혁명 정신 등 쿠바 국민들이 성취한 모든 것에 대해 축하한다"며 "우리의 목적은 영광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전인미답의 새 역사를 쓰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화와 서구 열강에 대한 독설도 여전했다. 그는 북남미 34개국이 가입중인 미주자유무역지대(FTAA) 협정이 "가난한 나라의 독립을 빼앗고 이들을 경제적으로 미국에 종속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소수의 핵 보유국들이 핵무기를 독점한 채 수백 만 명의 목숨을 인질로 잡고 있다", "강대국은 자원 과다 개발을 중단하라"는 등 쓴 소리도 잊지 않았다.
지금도 하루하루 세계 최장기 집권 기록을 늘려가고 있는 카스트로의 집권 45년은 영욕의 세월이었다.
32살 때인 1959년 1월 1일 당시 미국의 지원을 받던 풀겐시오 바티스타 대통령 정권을 축출한 카스트로는 같은 달 8일 아바나를 점령, 사회주의 정권을 수립했다. 53년 시도한 첫 봉기가 실패한 뒤, 56년 12월 81명의 동지들과 함께 재차 혁명의 깃발을 올린 지 2년 여 만의 승리였다.
그는 사회주의를 증오하는 초강대국 미국의 군사적 위협으로 핵전쟁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80년대 중반에는 쿠바를 의료·교육 보장제도가 잘 갖춰진 중남미 3대 부국으로 키워내기도 했다. 경제 제재의 여파로 최근 궁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여전히 쿠바는 전세계에 4개 밖에 남지 않은 사회주의 국가로 건재해 있다.
AP통신은 집권 45주년을 맞은 카스트로가 올 해도 여전히 축하할 일이 많아 보인다고 전했다. 지난해 쿠바 경제는 소련 붕괴에 따른 원조 중단 등으로 10년 전부터 나돌았던 붕괴설을 비웃듯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2.6%의 성장을 기록했다. 영원할 것 같던 미국의 경제 봉쇄도 농업 분야를 중심으로 조금씩 풀릴 기미를 보이고 있다. 세계는 카스트로의 장수 행진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주목하고 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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