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독점은 없다."만화, 바둑, 중국전문 채널 등 그 동안 케이블 방송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유일 채널이 새해들어 경쟁자를 맞게 됐다. 만화의 애니원TV, 바둑의 남양바둑방송, 중국의 차이나TV가 기존 독점채널이었던 투니버스 및 온미디어 바둑방송, 하오TV의 새로운 경쟁자로 등장했다.
위성 방송 스카이라이프에만 방송하던 애니원TV는 올해부터 케이블 방송에도 진출, 일부 지역 방송(SO)에서 '최종병기 그녀' '건담씨드' 등 1,800여편의 애니메이션을 방송할 계획이다. 또 '19+클럽'을 개설,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층도 공략한다. 이를 통해 상반기에만 650만 시청가구를 확보하겠다는 게 애니원의 전략이다.
투니버스도 이에 맞서 판권 구매량을 기존 1,500편에서 두 배 가량 늘려 '울프스 레인' '이누야사' '카우보이 비밥 극장판'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등 유명작 3,000편을 확보해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투니버스는 지난해까지 전체 1,200만 케이블 방송 가입가구 가운데 850만 가구를 시청자로 확보해 평균 1%가 넘는 시청률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두 회사의 모기업. 투니버스 뒤에는 국내 최대 프로그램공급업체인 오리온그룹의 온미디어가 버티고 있으며 애니원TV는 강력한 맞수인 CJ그룹의 CJ미디어가 23억원을 투자해 10.7%의 지분을 갖고 있다. 따라서 만화 채널을 둘러싸고 양대 진영이 보이지 않는 세력다툼을 벌이는 셈이다.
남양바둑방송은 재단법인 한국기원을 주요 주주로 영입해 올해부터 본격 방송에 들어간다.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독점적 지위를 위협받게 된 온미디어 바둑 방송은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을 서두르는 등 부산한 모습이다.
새해 개국한 중국 전문 채널 차이나TV는 중국 문화전달을 표방한 하오TV의 경쟁자로 나섰다. 중국 통신원들이 매일 진행하는 '차이나월드 리포트', 중국 여행가이드인 '바이 차이나', 중화권 음악을 소개하는 '차이나 뮤직박스', 어린이를 위한 '중국어시간' 등 자체 제작 프로그램을 간판 프로그램으로 내세우고 있다. 여기에 중국 CCTV, 산둥성 룸청 방송국 등과 제휴를 맺고 최신 드라마인 '진시황', 영화 등을 내보낼 계획이다.
반면 하오TV는 중국 대상 사업가나 중국문화, 중국어에 관심있는 유학생을 겨냥해 '문성공주' '황제의 딸' 등 중국 무협 드라마와 중국어 회화 프로그램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으며 중국 CCTV 채널4의 뉴스와 다큐멘터리를 원어로 방송한다.
투니버스의 윤인호씨는 "경쟁 채널의 등장은 시장 확대측면에서 반가운 일"이라며 "경쟁체제로 프로그램의 질이나 편성이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작품 확보를 위한 판권 확보 경쟁이 불가피해 판권료가 오를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다"며 "앞으로 시청률 경쟁 또한 더욱 심화돼 방송사의 출혈을 요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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