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오랜 불교 경전인 숫타니파타는 '인간이 이 세상에 태어날 때 그 입 속에는 도끼도 함께 태어난다. 어리석은 자는 악한 말을 함부로 지껄여서 그 도끼로 자신을 찍는다'고 가르치고 있다. 입은 닫는 일보다 열어야 할 일이 더 많다. 먹기 위해서, 숨을 쉬기 위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말을 하기 위해서 입을 열어야 한다. 모두가 입을 갖고 있지만 그 입으로 나오는 말은 천차만별이고 한번 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가 없다. 그래서 명심보감은 '차라리 밑 빠진 항아리를 막을지언정 코 아래 가로지른 것은 막기 어렵다'며 '입을 지키는 것은 병(甁)처럼 하고, 뜻을 지키기를 성(城)처럼 하라'고 가르친다.■ 지난해는 우리 민초들이 지도자들의 거칠고 가벼운 입에서 쏟아져 나온 말 때문에 살맛을 잃어버린 한 해였다. 조금만 입이 부드럽고 무거웠어도, 그 입으로 나온 말들이 남을 조금만 배려한 것이기만 했어도 온 나라가 이런 혼란에 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초 검사들과의 대화에서 "이쯤 가면 막하자는 것이죠?"라는 말을 입에 담았을 때부터 설화(舌禍) 퍼레이드는 예견된 것이기는 했지만 국민들은 1년 내내 지도층들이 무차별로 쏟아내는 말의 공해에 시달려야 했다.
■ "대통령직 못해먹겠다"는 대통령의 말은 국민들 입에서 '국민 노릇 못해먹겠다'는 탄식이 절로 나오게 했다. 결코 대통령이 입에 담을 말이 아니다. 측근 비리가 잇달아 터지자 재신임 카드를 내놓으면서 한 "눈앞이 캄캄했다"는 말 역시 회고록에서나 토로할 것이지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가 할 말은 아니다. "시민혁명은 끝나지 않았다"는 발언은 지도자임을 부정하는 발언이다.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야당대표의 말도 대통령의 자업자득이다. 대통령의 말을 도덕성과 솔직성을 가장한 거짓말로 치부해버리는 세간의 풍조도 대통령이 자초했다.
■ 어떤 사람이 에이브라함 링컨에게 물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당신의 적들을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링컨이 대답했다. "남김없이 없애버릴 겁니다. 그들을 모두 나의 친구로 만들 테니까요." 링컨을 존경한다는 대통령은 친구들마저 등을 돌리게 하고 있으니 무엇을 배웠는지 궁금하다. 올해는 총선까지 있어 온갖 말 같지 않은 말들이 난무할 것이다. 가볍고 거친 입으로 토해낸 말들이 얼마나 국민을 괴롭힐까. 지도자와 정치인들은 제발 국민들이 그들의 입과 말에 질렸다는 것을 깨달아주었으면 한다. 그래서 새해에는 정말 무거운 입에서 조심스럽게 나온, 말 다운 말을 듣고 싶다. 분에 넘친 바람일까.
/방민준 논설위원 mjb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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