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업계 선두주자 SK텔레콤을 겨냥했던 KTF와 LG텔레콤의 '후발동맹'이 삐걱거리고 있다.번호이동성 시행을 앞둔 지난해 말 양 사는 SK텔레콤의 독주를 비난하는 성명서와 정책건의서를 공동 발표하는 등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막상 번호이동 제도가 시작돼 고객유치경쟁이 본격화하면서, 미묘한 긴장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발단은 번호이동 제도 시행 직후 LG텔레콤 가입자수가 KTF의 2배(2일까지 LG텔레콤 7,600명, KTF 4,400명)에 육박하자 KTF가 "LG텔레콤 가입자에 허수(虛數)가 있다"고 주장한 것. KTF측은 3일 분석자료를 내고 "LG텔레콤이 작년 하반기 SK텔레콤 고객들을 자사의 모바일뱅킹인 '뱅크온'에 가입시키면서 바로 전환절차를 밟지 않고 미뤘다가 올들어 몰아서 번호이동을 시키고 있으며 이런 허수가 7만 명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사실상 지난해 LG텔레콤으로 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번호이동 고객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기 위해 편법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자 LG텔레콤이 발끈하며 즉각 반박자료를 냈다. LG텔레콤은 4일 "뱅크온 가입자가 일부 번호이동실적에 포함된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하면서도 "KTF보다 LG텔레콤의 번호이동 실적이 좋게 나타나자 확인할 수 없는 수치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LG텔레콤은 이어 "지금은 양 사가 힘을 합쳐 SK텔레콤으로부터 보다 많은 번호이동고객을 유치하는데 전력 투구할 시점인 만큼 불필요한 소모전이 반복돼선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는 KTF와 LG텔레콤의 공조균열을 예상된 수순으로 보고 있다. 제한된 '파이'(SK텔레콤 고객)를 나눠야 하는 만큼 경쟁과 갈등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특히 KTF도 번호이동대상이 되는 7월부터는 후발사업자간 대결이 SK텔레콤을 둘러싼 공방 못지 않게 뜨거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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