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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그리운 나의 동생 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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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나라로 보내는 편지/그리운 나의 동생 부희

입력
2004.0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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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동생 부희에게.세월이 참 빠르다는 것을 실감하는 요즘이구나. 벌써 2004년이라니…. 언니도 이제 40대 중반이 됐구나. 40대에게는 세월이 시속 40㎞, 50대에게는 시속 50㎞로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면서? 그러니 갈수록 세월이 빨라지겠지?

10년 전 네가 세상을 떠났을 때가 엊그제 같구나. 넌 꽃다운 스물 다섯의 나이에 대장암을 앓다가 허망하게 임종을 맞았지. 3남2녀 가운데 나는 가장 손위였고 넌 막내였지. 같은 여자여서 우린 손잡고 지내는 날이 많았지. 감기 한번 걸리지 않던 네가 어느 날 배가 아프다는 말을 자주 하더구나.

그리고 체중이 줄어들면서 너의 모습은 아주 수척해졌지. 우린 처음에는 "저절로 다이어트를 하게 돼 좋겠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단다. 그런데 알고 보니 암이었다니…. 지금 생각하면 미리 병원을 찾지 않은 것이 후회된다. 결혼도 하지 못하고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등진 너를 보며 언니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단다. 경기 부평에서 너의 시신을 화장할 때 우리 가족 모두가 펑펑 눈물을 흘렸지.

우리 집안은 가난했지만 오손도순 행복하게 지냈지. 어려운 집안의 맏딸이었던 나는 부모님을 대신해 동생들을 돌봐줘야 했고. 난 등에는 동생 하나를 업고 손에는 또 다른 동생의 손을 잡고 다니며 친구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부럽게 쳐다보곤 했단다. 학교에서 주는 빵을 먹지 않고 집으로 가져와 너에게 주곤 했지. 네가 빵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언니는 얼마나 흐뭇했는지 모른다. 이제 세월이 많이 흘렀구나. 너의 바로 위 오빠가 벌써 서른 네 살이고 한 집안의 가장이 됐단다. 오늘따라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구나. 어머님이 일을 나간 뒤 먹을 것이 없어 동생이 울면 밥을 씻어서 먹이고, 그래도 울면 같이 눈물을 흘리던 시절이 엊그제 같구나. 고생만 하고 세상을 떠난 부희야. 많이 보고 싶구나.

너를 보내 놓고 며칠간 너무 많이 울었더니 어느 날 네가 꿈속에서 나타나 "언니, 이제 그만 울어. 난 하늘 나라에서 잘 있어"하며 나의 등을 어루만지더구나. 언니는 쌍둥이를 낳아 잘 기르고 있단다. 부희야, 잘 있지? 보고 싶구나. 언니가.

/이미희·경기 부천시 원미구 약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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