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극빈국 에티오피아를 돕자는 1980년대의 구호 열풍이 오히려 에티오피아인들을 더욱 끔찍한 가난으로 내몬 것으로 드러났다.영국 BBC방송은 4일 "1984년 100만여 명이 가뭄으로 굶어 죽는 등 처참한 상황이 알려지면서 에티오피아가 전례 없이 엄청난 규모의 구호를 받고 어느 정도 배고픔에서 벗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라고 보도했다.
에티오피아의 1인 당 국민소득은 84년 190 달러에서 현재 108 달러로 떨어졌고, 1인 당 식량 생산량도 84년 당시 450㎏의 3분의1도 안 되는 140㎏으로 줄었다.
BBC는 그 원인을 "성의 없는 1회성 구호 방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빈곤을 근본적으로 퇴치할 산업 인프라와 기술 등을 지원하는 대신 식량과 의류 등 곧바로 생색이 나는 물품 위주로 지원을 한 것이 구호품에 대한 의존도를 높이고 노동의지를 꺾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장 국제사회의 식량원조가 끊기면 에티오피아 인구의 약 10%인 600여만 명이 굶어 죽을 위기를 맞게 될 것으로 추산됐다.
멜레스 제나위 총리 등 부패한 정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관심도 빈곤을 심화시킨 요인으로 꼽혔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빈민 구호활동 대신 인접국 에리트레아와의 전쟁에만 하루 200만 달러를 퍼붓고 있다.
국제 구호단체들은 "국제사회는 이라크전 등 엉뚱한 곳에 힘을 쓰느라 실제로 하루에 수천∼수만 명을 죽음으로 내모는 학살자들을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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