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폐허가 된 이란 밤 시(市)에서 97세 할머니가 지진 발생 8일 만에 극적으로 구조됐다. 이란 국영 TV 등 현지 언론은 할머니의 구조 소식을 일제히 전하면서 기쁨과 함께 놀라움을 표시하고 있다.샤르바누 마잔다라니 할머니는 3일 오후 무너진 집 잔해 속에서 발견됐다. 구조에 참여했던 요원들은 "구조견이 건물 잔해 사이로 나온 앙상한 손을 발견해 그저 시체 한 구를 찾았구나 생각했다"며 "하지만 그 손이 움직였고 우리는 바로 구조작업을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3시간 여에 걸친 구조작업 끝에 모습을 드러낸 할머니의 상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외상도 전혀 없었을 뿐 아니라 정신도 말짱했다. 구조요원은 "구조 직후 할머니는 춥고 머리가 아프다며 두통약을 요구했다. 그 후 마실 차를 달라고 해 줬더니 '너무 뜨거워 마실 수 없다'며 '숟가락으로 떠먹여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할머니가 차를 마신 후 이내 페르시아 고전 시를 암송했다"고 덧붙였다. 또 병원으로 호송되는 도중에는 "신이 나를 살렸다"고도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적십자사연맹(IFRC)의 폴 오드베르그 박사는 "할머니가 약간의 탈수 증세를 보일 뿐 어떤 통증도 호소하고 있지 않다"며 "대신 정맥 주사가 싫다고 불만을 토로할 뿐"이라고 웃었다.
할머니가 이렇게 무사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집이 다른 집들과는 달리 천장에 나무 들보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이 무너진 후 이 들보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숨을 쉴 수 있었다는 것. 또 워낙 노구이기 때문에 신진대사가 원활치 않아서 물과 음식 없이도 살아 남았을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추운 날씨도 생존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의료진들은 설명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어떠했거나 물도 마시지 않고 8일을 넘게 버텨낸 할머니의 생존은 기적"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편 이란 지진 피해 구조 요원들은 2일에도 9살 소녀와 임신부 1명, 45세 남자 1명 등 3명을 구출했다고 밝혔다. 3일 현재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최소 3만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김이경기자 moonligh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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