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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렸다 '건강 2004', 덜 먹고 잘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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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렸다 '건강 2004', 덜 먹고 잘 사는 법

입력
2004.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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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꼭 건강을 챙겨야지. 담배와 술을 끊고 운동도 하고 다이어트도 하고…. 몸이 곧 재산아니겠어?"새해를 밝히는 태양을 바라보며 자의든 타의든 누구나 이 같은 각오를 한번쯤 하게된다. 하지만 굳은 결의가 벌써 작심삼일로 끝나지는 않았을까? 아니면 뭔가를 해야한다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대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이들도 있다.

그렇다면 올해의 목표를 절식과 운동 시작하기로 삼아보자. 절식과 운동은 그 어떤 비약(秘藥)보다 현대인의 건강을 지키는 데 가장 기본적이며 확실하게 검증된 방법이다. 게다가 큰 돈도 들지 않는다. 단지 효과를 즉각 실감할 수 없을 뿐이니 그저 필요한 것은 믿음과 끈기이다.

웰빙의 기본은 몸에 좋은 것을 찾아먹는 일이다.‘어떤 병엔 어떤 식품이 특효’라는 민간요법의 전통이 뿌리깊은 데다가 갈수록 건강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다. 그러나 ‘무엇을 먹느냐’보다 ‘안 먹느냐’가 사실 더 중요하다. 올해를 건강 잡는 원년으로 만들고 싶다면 당신의 식단부터 점검해보라. 그리고 섭취열량 30% 줄이기를 목표로 삼아보자.

비만 노화 암을 막는 비밀

섭취량을 제한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비만 예방ㆍ치료법이다. 물론 운동으로 칼로리 소모를 병행해야 하지만 한 끼에 밥 3분의1 공기를 덜 먹으면 매일 30분 뛰는 만큼의 칼로리를 줄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절식은 노화를 지연시키는 여러 가설 중 유일하게 근거가 있다.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과 사람에 대한 관찰연구에서 열량 섭취량이 적을수록 수명이 길다는 것이 확인됐다. 세계 제일의 장수인으로 꼽히는 일본 오키나와 주민은 미국인보다 섭취 칼로리가 평균 40% 적다. 게다가 미국 노인층에 비해 인지력이 75% 높고, 유방암과 전립선암은 80%, 난소암과 대장암은 50%가 적으며, 엉덩이관절(고관절) 골절도 50%, 관상동맥질환도 80%가 적다.

단지 음식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암과 노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활성산소와 당화생성물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접히는 뱃살, 뇌졸중이나 관상동맥질환처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혈관 질병, 당뇨병ㆍ고혈압 등 만성질환은 모두 ‘남아도는 열량’과 관련이 깊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영양 과잉과 활동량 부족만 해결한다면 현대 성인병의 70%는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절식은 평생 건강을 지키는 첫 걸음이다.

얼마를 줄여야 하나

체질량지수(몸무게ㆍ㎏를 키ㆍm의 제곱으로 나눈 것)가 30 이상인 고도 비만 환자에겐 기초대사량만 겨우 유지할 수 있는 정도의 초저열량 식이법(하루 800㎉ 섭취)이 처방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근육을 소모하고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4개월 이내로 제한해야 하고, 전문의가 엄격히 처방 감독해야 한다.

일반인은 하루 섭취량을 1,300~1,400㎉로 제한하면 성공적이다. 영동세브란스병원 비만노화방지클리닉 김똘미 교수는 “앉아서 일하는 성인의 경우 필요 섭취량이 여성 1,500~1,800㎉, 남성 2,000~2,200㎉이므로 하루 500~600㎉는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 무엇을 어떻게 줄여야 할까. 서구의 경우 고지방ㆍ고열량식이 결정적이나 우리나라는 꼭 그런 것도 아니다. 국민영양실태 조사를 보면 노인층은 지방 섭취량이 오히려 부족하다. 결국 밥을 포함해 먹는 양을 조금씩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밥을 줄이는 대신 너무 허기지지 않도록 반찬, 야채, 과일로 배를 채운다.

다만 대도시 젊은 층일수록 서구와 마찬가지로 고지방ㆍ고열량식이 더욱 문제가 된다. 영동세브란스병원 박정순 영양교육계장은 “같은 양이라도 돼지 갈비는 안심 불고기보다 기름이 4배 많고, 같은 깻잎이라도 튀김으로 먹을 때 열량(220㎉)은 나물(20㎉)의 10배가 넘는다”고 말한다. 갈비, 돼지머리, 삼겹살 등 고지방 어육류, 튀김류, 패스트푸드가 요주의 식단. 한 끼를 이런 음식으로 때웠다면 하루치를 한꺼번에 먹었다고 생각해야 한다. 기름이 없는 살코기(등심 안심)와 생선으로 대체하고, 한끼를 실컷 먹었다면 1주일은 만족스럽게 절식하도록 한다.

어떻게 줄여야 하나

식습관과 음식에 대한 인식을 바꾸어야 한다. 김 교수는 “남성의 경우 술자리만 피해도, 여성의 경우 ‘있으면 먹는다’는 강박관념과도 같은 식욕만 억제해도 전체 섭취량을 꽤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술을 마시면서 곁들이는 기름진 안주, 쇼핑 중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군것질거리, 그릇에 남은 음식을 버리지 못하는 습관 등이 과잉 섭취의 주범이 되는 것이다.

절식을 실천하려면 먼저 식사일기를 적어 자기가 먹은 것을 꼼꼼히 따지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하찮은 군것질거리라도 모두 따져보면 자기 생각보다 훨씬 많이 먹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예 그릇을 작은 것으로 바꾸는 것도 요령이다.

‘밥이 보약’이라는 인식도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산후 조리에, 생색나게 대접하려고, 부서 모임이나 동창회 모임이면 늘 상다리 부러지게 산해진미를 차리는 문화는 ‘구시대적 발상’이다. 조 교수는 “새로운 회식문화는 ‘분위기는 최고로, 음식은 최소로’가 돼야 한다”며 “퍼지게 먹는 것은 이젠 약이 아닌 독”이라고 말했다.

김희원 기자 hee@hk.co.kr

◆ 절식요령-이것을 줄여라

1.밥은 3분의1 덜 먹는다 매끼니 양을 줄인다. 밥보다 반찬을 많이 먹는다.

2.고칼로리ㆍ고지방식은 피한다 껍질째 먹는 닭고기, 갈비, 삼겹살, 소시지, 참치통조림 등 고지방 어육류는 가급적 먹지 않는다. 닭튀김, 탕수육 등 튀김류, 햄버거 등 패스트푸드도 이에 해당한다. 대신 살코기(등심 안심), 껍질 벗긴 닭고기, 생선 구이나 조림 등 저지방 어육류로 보충한다. 튀김보다 구이, 찜, 조림으로 먹는다.

3.고기는 1~2주에 한번만 고기나 기름진 음식을 아예 끊기는 어렵다. 1주일에 한번, 한 달에 3번 식으로 목표를 정한다.

4.야식과 간식을 끊는다 밤에는 대사기능이 떨어지고 곧바로 자기 때문에 섭취한 음식이 쉽게 저장된다.

5.식사 거르는 습관을 버린다 식사를 거르면 다음 식사를 더 많이 먹기 쉽다. 특히 아침을 걸러 공복시간이 길어지면 대사율이 떨어져 같은 양을 먹어도 더 많은 칼로리가 쌓이기 쉽다.

◆ 절식 이렇게 실천하라

1. 식사일기를 쓰라 스스로를 속이지 말고 솔직하고 자세하게 먹은 대로 쓴다. 하찮은 군것질이라도 빼놓지 않는다. 매일매일 회고하는 습관을 통해 ‘먹지 않아도 되는’ 식품을 하나씩 줄여나간다.

2. 내 그릇을 가져라 밥 공기는 평소 먹던 것보다 조금 작은 것으로 고른다. 양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조금 먹는다는 박탈감도 없앨 수 있다. 가족이 함께 식사할 때도 개인접시를 따로 써서 자신이 먹는 양을 눈으로 보며 통제한다.

3. 칼로리를 계산하라 고칼로리, 고지방식이 무엇인지 익혀두는 것은 기본. 식품을 살 때 표시된 열량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며, 외식할 때도 어느 정도의 칼로리인지 가늠할 줄 알아야 한다.

4. 과식할 자리를 피하라 과식하기 쉬운 외식, 회식, 술자리에 참석해 자학하지 말고 처음부터 자리를 피하는 게 좋다. 한번 과식을 했다면 자포자기하지 말고 다음날부터 ‘해독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대처한다.

5. 조급증에서 벗어나라 조급증이나 죄책감은 절식의 큰 장애다. 남은 음식은 다 먹어야 한다는 의무감, 음식을 버릴 때 느끼는 죄책감, 구차하게 사느니 먹고 말지 하는 조급증, 한번 과식한 뒤 자포자기하는 심정을 잘 조절할 줄 알아야 한다. 참은 만큼 날씬해졌다, 건강해졌다고 생각하면 훨씬 위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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