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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 지금/중국 TV는 "부패와의 전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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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방송 지금/중국 TV는 "부패와의 전쟁" 중

입력
2004.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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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중국 안방극장에서는 '부패와의 전쟁'이란 주제가 각별한 관심을 끌고 있다. CCTV는 작년 한해 부패로 처벌 받은 고위관료 10인에 대한 프로그램을 방영했고, 이른바 '부패방지극'이란 드라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중국에서 부패방지극은 멜로, 사극과 더불어 시청률이 보장되는 장르로 자리잡았다. 부패 관리들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다가 결국 처참한 최후를 맞는다는 뻔한 내용이지만 인기가 대단하다. 최근 CCTV의 야심작 '지고이익(至高利益)', 광저우TV의 '대강동거(大江東去)' '절대권력(絶對權力·사진)' 등이 잇따라 방송됐는데, 특히 '절대권력'은 전국 10여 위성방송의 황금시간대를 장식하며 22%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부패방지극의 인기 비결은 뭘까. 가장 큰 요인은 관료사회에 만연한 부정부패를 철저히 파헤치고 응징해 시청자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다는 점일 것이다. 흔히 '중국에서 모든 일의성공 여부는 관리들과의 관계에 달렸다'고 한다. 그만큼 법보다는 관리들의 손에 좌지우지되는 일이 많고, 이것이 부정부패가 싹틀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다.

부패방지극은 정부의 강력한 부패척결 정책과도 맞아 떨어진다. 지난해 안후이(安徽)성의 전 부성장은 16차례에 걸쳐 우리 돈으로 약 7억7,000만원의 뇌물을 받았다가 사형을 선고 받았고, 산시(陝西)성 옌안(延安)대의 전 총장도 약 9,000만원의 수뢰 혐의로 13년형을 선고 받았다. 중국의 물가수준을 감안하더라도 우리보다 훨씬 무거운 처벌이다. 올해부터는 상설 특별검사제도를 도입, 고위 관리들에 대한 부정부패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국민들 사이에 조소 섞인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해 30만 명의 관리가 각종 부정부패를 저질렀으나 중앙부처 국장급 이상 고위직은 대부분 법망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부패방지극의 소재도 차관급을 넘지 못해 '잔챙이만 잡는다'는 한탄이 나온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부패방지극의 높은 시청률은 '부패와의 전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증거이고, 이는 곧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되지 않겠느냐는 기대의 눈길도 쏠리고 있다.

새해 벽두에 누구나 밝고 희망찬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어두운 현실을 고발하는 데 초점을 맞춘 중국의 TV를 지켜보면서 이것이 중국의 고속성장을 보장해 줄, 가장 상쾌하고 확실한 외침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이재민·중국 베이징대 박사과정(중국 문화 및 매체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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