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간 대표단이 금주 북한을 방문해 영변 핵 시설을 시찰할 것이라는 미국 언론의 보도에 우리는 지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새해를 맞아 세계의 이목은 다시 북한 핵 문제에 쏠리고 있으며, 이미 북한과 중국 간의 합의로 연초 6자회담 가능성이 한껏 부풀어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 대표단의 방북이 6자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우선 주목할 일은 대표단의 구성과 성격이다. 미국 언론이 확인한 대표단은 스탠포드대 아시아 전문가인 존 루이스 교수, 핵무기 전문가인 시그 헥커 전 로스알라모스 연구소장, 얼마 전까지 부시정부의 북핵대사였던 잭 프리처드 등 북한 혹은 핵 전문가다. 이들은 모두 대북 협상지지자로 알려져 있다. 미 상원의 리처드 루가(외교위원장)와 조셉 바이든 의원의 고위 보좌관 2명은 별도로 방북을 추진했지만 이 대표단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한다.
정황으로 보아, 이 시점에서 갑작스런 미국 대표단의 방북허용은 6자회담을 겨냥한 북한의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 분명해 보인다. 부시정부는 '기대 반 우려 반'의 수동적 태도로 사태추이를 지켜보는 것 같다. 미 국무부는 이들의 방북은 정부와 무관하다며 6자회담을 복잡하게 만들 가능성을 우려하면서도 핵 전문가 헥커의 북한 여행을 허가했다.
북한이 이들에게 영변 핵 시설을 제한 없이 보여 줄지는 확실하지 않다. 핵 전문가가 동행하는 만큼 북한은 의도한다면 핵 물질 개발정도를 확인해 보일 수 있고, 그들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메시지를 내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는 협상을 앞둔 북한을 이해하지만 북한 당국이 간과해서는 안될 일이 있다. 그것은 미국과 6자회담 당사국이 북한에 대한 신뢰감을 조금이라도 회복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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