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밤하늘에 아로새겨진 별을 헤아리며 꿈을 키웠고, 길흉화복을 점치기도 했다. 현대 과학에서도 더 먼 거리의 별을 보기 위해 허블 망원경을 지구 밖에 띄우는 등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많은 빛들이 우주의 저편에서 속삭이고 있다. 우주에서 오는 전파와 X선도 그 중의 일부이다. 새해 벽두 하늘의 별을 보며 꿈과 희망을 얘기해보자.우주 전파가 보내오는 메시지
세계적인 기록 문화유산인 조선왕조실록의 선조 37년 기록을 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9월 21일(양력 1604년 10월13일) 저녁 8시경, 목성보다 작은 적황색의 손님별(객성ㆍ客星)이 하늘에 나타났다.’바로 같은 시기인 1604년 10월9일 유럽의 옛 기록에서도 ‘새로운 별(신성ㆍ新星)이 나타났다’는 내용을 찾아볼 수 있다.
비록 옛날 육안으로 관찰된 것이지만 이 기록들의 내용은 정확하다. 이들이 본 것은 바로 케플러 초신성이라는 별의 폭발이다.
그럼 지금으로부터 400년 전에 일어난 별의 폭발을 현대에 이르러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건, 그때 폭발을 일으킨 케플러의 폭발 잔해들을 전파망원경이나 X선 망원경으로 관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백만도 이상의 고온에 있는 매우 희박한 잔해들은 가시광선으로는 보이지 않고 X선이나 전파로만 우리에게 보인다.
빛은 파장의 길이에 따라 감마선, X선, 자외선, 가시광선, 적외선, 전파 등으로 나누어진다. 그 중 지구의 대기권을 뚫고 우리에게까지 도달하는 것은 가시광선과 전파뿐이다. 나머지는 대기에 있는 전자와 분자 입자들에 의해 흡수ㆍ반사돼 지상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가시광선은 파장의 길이가 400~700㎚(1나노미터=10의 9제곱 분의 1㎙)로 우리가 볼 수 있는 빛을 말하며, 파장의 길이가 1㎜보다 긴 빛이 바로 전파이다. X선은 파장의 길이가 10㎚보다 짧고 0.01㎚보다 긴 빛이다.
1932년 미국 벨전화연구소의 연구원이었던 칼 잰스키는 당시 새로 개통된 뉴욕과 런던 사이의 무선전화에 생기는 잡음의 원인을 캐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하늘의 고정된 지점에서 전파가 오는 것을 알아냈는데, 이것이 인간이 발견한 최초의 우주전파였다.
그때 발견된 우주전파는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의 중심부인 2만5,000광년 거리의 궁수자리 A로부터 오는 것이었다. 이후 천문학에서 여러가지 중요한 발견이 전파에 의해서 이루어졌다.
1967년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의 대학원생 조셀린 벨은 전파를 관측하던 중 이상한 전파 신호를 발견했다. 이 전파는 다른 것과는 달리 1.3초의 주기로 규칙적인 신호를 보내오고 있었다. 규칙적인 신호는 곧 인위적인 신호를 의미하는 것이기에 당시는 그것이 외계인의 신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펄사(pulsar)의 발견이다. 펄사는 빠르게 자전하는 중성자별로서, 별의 양 자기축 방향으로 강한 전파를 방출한다. 우주의 등대라고도 불리는 펄사의 발견으로, 1934년 바데와 츠위키가 ‘초신성이 폭발한 중심부에 중성자별이 남을 것이다’고 예측한 학설이 사실로 증명됐다.
별의 종말과 초신성 폭발
별들은 진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죽음을 맞게 되는데, 초신성의 경우처럼 폭발하거나 아니면 적색거성으로 부풀어 올랐다가 백색왜성으로 남게 된다. 태양보다 8배 이상의 질량을 가진 큰 별은 초신성이 되고, 그보다 작으면 백색왜성이 된다.
따라서 태양도 수명이 다하는 50억년 후에는 적색거성으로 잠시 커졌다가 크기가 지구밖에 되지 않는 백색왜성의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태양을 지름 30 ㎝정도의 농구공으로 가정했을 때 최후의 백색왜성은 지름 3㎜도 안 되는, 콩알보다 작아진다.
한편 초신성이 폭발한 뒤 남은 중성자별은 태양보다 큰 질량의 별이 크기가 지구보다 몇 백배나 작은, 반경 10㎞ 정도로 줄어든다. 때문에 백색왜성과 비교도 안될 만큼 엄청난 밀도를 가지게 된다.
이렇게 작아진 중성자별은 그 자전 속도가 펄사의 전파 맥동에서 측정된 것(0.03~4초)처럼 빨라진다. 마치 피겨 스케이팅 선수가 팔을 최대한 오므리면 매우 빨리 도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1990년대 말에는 중성자별에 대한 이런 패러다임을 깨는 발견이 있었다. 인공위성에 탑재된 X선 망원경이 관측한 결과에 의하면 1680년경 폭발한 카시오페아 초신성의 잔해에서 회전을 하지 않는 중성자별을 발견한 것이다. 이후 회전하지 않는 중성자별이 다른 초신성의 잔해 속에서 속속 발견되기 시작했다. 이들 중성자별들은 보통의 펄사보다 매우 강한 자기장을 갖고 있으며, 이로 인해 회전을 멈추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뿐만 아니라 우주의 팽창이 점점 감속하고 있다는 천문학계의 기존 입장도 최근 초신성 관측을 통해 뒤집어졌다. 멀리 떨어진 은하의 초신성을 측정한 결과, 우주는 감속하고 있는 게 아니라 가속 팽창하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우주의 팽창을 제어하는 중력 물질의 영향이 감소하면서, 그 본질을 알 수 없는 ‘암흑 에너지(Dark Energy)’의 영향으로 우주 팽창의 가속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우주는 역동적이다. 태양이 100억년 동안 내는 에너지를 모두 합한 것을 일순간에 터뜨리는 초신성의 폭발은 은하에 생동력을 부여한다. 그것은 우주의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 되며, 은하의 기체를 휘저어 놓는다. 이런 움직임들로 우주는 고요하지 않고 격렬하게 요동친다.
올해는 지난해 9월 발사한 우리나라 과학위성 1호에 탑재된 자외선망원경 핌스(FIMS)의 역할이 기대된다. 핌스는 우리 은하에 분포하는 고온의 기체들이 어떻게 생성되고 분포하고 있는지 관측하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우리 최초의 천문 우주관측위성이 보내올 반가운 우주의 소식을 기대해본다.
구본철ㆍ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울대 천문학과 졸업(1980년)
▦미국 버클리대 천문학박사(1990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1992~현재)
▦전파천문학, 성간물질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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