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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본 금융지배 방지 로드맵" 2006년 시행/재벌 금융지배 차단 "뒷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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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자본 금융지배 방지 로드맵" 2006년 시행/재벌 금융지배 차단 "뒷걸음"

입력
2004.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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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보험 증권 등 2금융권 대주주로 있는 기업이 부실화 징후를 보이면, 금융감독 당국이 해당 금융기관과 대주주간 거래를 전면 금지시키게 된다. 또 금융기관을 설립·인수할 수 있는 산업자본의 부채비율 요건이 200%에서 150%로 낮아져 빚이 많은 기업은 금융업에 진출하기 힘들어진다.재정경제부는 4일 이 같은 내용의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 로드맵'을 확정, 2006년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당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도입하겠다고 밝힌, 대주주 자격유지제와 금융기관 계열분리청구제 등의 도입이 사실상 무산돼 참여정부가 1년여동안 준비해 온 시장개혁 조치가 알맹이 빠진 빈 껍데기로 결론이 났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금융기관 설립·인수 자격은 강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로 인한 가장 큰 폐해는 부실기업이 금융기관을 인수, 고객 자산을 사금고처럼 이용하다 금융기관까지 부실화시키는 것. 이에 따라 재경부는 금융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산업자본의 부채비율 요건을 현행 200%에서 150%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출자금 대비 자기자본 비율도 2금융권 가운데 가장 엄격한 증권·투신 수준인 4배로 통일하기로 했다.

이와함께 산업자본이 금융기관을 인수할 때도 설립때와 똑 같은 자격심사를 하기로 했다. 지난해 한화가 대한생명을 인수할 때만 해도, 한화에 대한 별도의 자격심사가 없었다.

대주주와 금융기관간 거래, 감시 강화

문제는 기업이 금융기관을 설립·인수할 때는 부채비율 등의 요건을 맞추더라도 사정이 어려워지면, 금융기관을 사금고로 이용하려는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 재경부는 이에 따라 대주주가 부실화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대주주에게는 대출도 못하고, 대주주 발행 유가증권 인수도 못하게 할 계획이다. 부실 징후가 없어도 대주주 대출에 대해서는 대손충당금 적립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금융기관이 대주주와 일정규모 이상 거래할 때는 이사회 전원의 찬성을 얻도록 했고, 사외이사 선임비율도 2분의1이상에서 과반수로 높일 방침. 이사 수가 8명이라면 최소 5명은 사외이사로 뽑아야 한다는 얘기다.

알맹이 규제는 빠져

그러나 금융기관 설립·인수 자격을 엄격히 해도 이미 금융기관을 소유하고 있는 산업자본과는 상관없는 얘기. 또 대주주와의 거래를 까다롭게 하더라도 돈에는 꼬리표가 없는 이상, 모기업이 부실화하면 어떤 형태로든 계열 금융기관이 자금 파이프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대주주가 금융기관 설립·인수때 자격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정기적으로 심사해서,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지분처분을 명령하는 대주주자격심사제 도입을 천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또 고객자산을 부실계열사에게 지원하는 등 부당내부거래 등이 적발될 때 감독당국이 계열분리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한 계열분리청구제 도입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그러나 이 같은 제도는 이번 로드맵에서 쏙 빠졌다. 재경부 당국자는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경기가 나빠 대주주의 부채비율이 높아질 때마다 금융시장이 출렁이게 될 뿐 아니라, 지분처분 명령을 내린다 해도 마땅히 살 데도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국책연구기관 한 관계자는 "대주주 자격유지제 등은 선진국에서도 정착된 제도"라며 "재벌이 2금융권을 나쁜 의도로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발동요건을 엄격히 해서라도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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