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권위의 과학 전문지가 한국인 과학자의 논문표절 사실을 크게 보도하며 표절대처 가이드라인 제정을 촉구해 국내 과학기술계가 2001년 경북대 박사학위 논문표절 파문에 이어 또다시 국제적 망신을 당하고 있다.4일 관련학계에 따르면 '네이처'는 신년 첫호 1면에 '비행(非行)에 대한 안이한 태도'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방문연구원으로 근무하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 재료공학과 출신 P 박사가 1997∼2001년 8건 이상의 학술지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히고 러시아어 논문과 표절 논문 사진을 나란히 게재했다.
학술지는 이어 "국제 순수 및 응용물리 연합(UPAP)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표절에 단호히 대처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하고 지난해 10월 가이드라인 제정을 위한 워크숍을 열었으며 올가을까지 초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네이처에 따르면 P씨는 2000년 12월 발간된 '유로피직스 레터즈'에 '엇맞게 변조된 구조를 가진 Zr―0.98Sn―0.02TiO―4 단결정에서의 결함 밀도파동: 중성자 에돌이 연구' 논문을 게재했다.
그러나 이 논문은 1994년 러시아 물리학지 'JETP 레터즈'에 게재된 논문을 표절한 것으로, 논문 저자가 2002년 4월 이 사실을 케임브리지대에 알렸으며 다른 의혹도 잇달아 제기됐다. 이에 케임브리지대는 물론 KAIST도 조사에 나서 P씨가 '저널 오브 피직스''미국요업학회 저널' 등에 게재한 7편의 논문 표절을 추가로 확인했다. KAIST는 그가 교수로 재직하던 국내 K대에 통보, 2002년 7월 면직됐다. KAIST 관계자는 4일 "P씨가 조사과정에서 표절사실을 자인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현재 그의 근황은 모른다"고 말했다.
네이처는 이번 사건을 2002년 독일 물리학자 얀 쇤이 25편의 논문 데이터를 조작한 사건과 비교하면서, "쇤 사건의 경우 물리학계가 신속하고 엄격하게 대처했지만 이번엔 연구기관들과 학술지들이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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