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비리그 교수들이 강의하는 여름 학기''한 과에만 20여명의 외국인 교수''미국 경영학계 석학이 대학원장에…'국내 교수들의 '밥그릇'을 외국의 석학들이 위협하고 있다. 2∼3년 전부터 국립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온 외국인 교수 초빙 사업이 규모가 미미하고 실익에 대한 평가도 분분했지만 올 들어 사학들이 경쟁적으로 외국인 교수 영입을 선언하고 있다. 이들 대학은 외국인 교수의 영입을 단순한 학교 이미지 제고 차원을 넘어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시각에서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들을 대거 초청, 여름 학기 강좌를 계획하고 있는 고려대. 고대는'국제 서머 캠퍼스(International Summer Campus)'프로그램을 위해 30명의 미국 아이비리그 대학 교수들을 초빙할 계획이다. 현재 학교 측에 강의 수락 의사를 밝힌 스탠퍼드대, 프린스턴대, 코넬대, 펜실베이니아대 등에 재직 중인 현직 교수들은 국내 교수 30명과 함께 올 6∼7월 5주간 재학생 및 타대생 1,000여명을 대상으로 경제·경영 및 정치·행정, 사회·문화 분야 60개 강의를 맡는다.
국제 서머 캠퍼스는 학교 측이 1985년부터 20여년 가까이 해외 교포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학 등을 강의해 온 서머스쿨 프로그램 내용을 대폭 개편한 것. 고려대 관계자는 "각 분야에서 최고를 인정 받는 교수들을 대거 초청했다"며 "학생들에게 외국유학이나 해외연수를 가지 않고도 저렴한 비용에 수준 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됐다"고 밝혔다.
성균관대는 아예 경영대학원장을 외국인 교수로 선임했다. 주인공은 미국 경영학계에서 인정받고 있는 로버트 클렘코스키 인디애나 주립대 소속 켈리 비즈니스 스쿨의 석좌교수. 클렘코스키 교수는 이론과 실무를 접목, 현재 미국 금융계에 다수의 제자들을 배출하고 있는 재무관리 분야의 거목으로 이 달 중 방한, 경영대학원장에 취임할 예정이다. 학교 관계자는 "올 2학기 개설할 MBA 과정의 교수진 구성을 위해 총장이 직접 클렘코스키 교수를 방문해 의사를 타진했다"며 "2010년까지 전체 교원 중 외국인 교수의 비율을 1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홍익대의 시각디자인과 학생들은 상당한 영어 실력을 갖추지 않으면 앞으로 수강이 불가능하게 될 지경이다.
홍대 시각디자인과에는 이번 학기 20여명의 외국인 교수들이 강단에 선다. 지난 달 영국 로드아일랜드스쿨오브디자인(RISD)의 시각디자인과 학과장 낸시 교수 등 5명이 입국해 교내 워크숍을 가졌고 학교 측은 1∼2년 계약제로 세계 디자인계의 이름난 교수들을 초빙한다고 밝혔다. 학교측은 "실력과 조건만 맞으면 굳이 내외국인을 구별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외국인 교수 영입 열풍이 과다한 연봉 경쟁을 일으켜 실력 있는 국내 교수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있다. 모 국립대 관계자는 "그 동안 여러 외국인 교수들을 초빙했지만 정말 실력 있고 연구 활동이 왕성한 교수들은 1년 이상 연구실을 비우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며 "전문성을 따지지 않고 무작정 외국인 교수들을 초청, 고액의 연봉을 지급한다면 국내 학자들의 사기만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명수기자 lece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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