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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경제대국 브릭스]<2> 러시아-기업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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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경제대국 브릭스]<2> 러시아-기업 급성장

입력
2004.0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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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9일 러시아 모스크바시의 승리공원. 붉은 광장보다 더 큰 규모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주요 전투 장면 등을 그대로 재현해 놓은 이 곳엔 강추위 속에서도 러시아 학생과 연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러시아인들에게 이곳은 유럽을 두 번 구했다는 역사적 자부심의 상징이다.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원정을 격파, 프랑스 군대를 궤멸시킨 것이 첫번째이고 1941년부터 5년동안 히틀러의 러시아 침공을 막아낸 것이 두번째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러시아인들은 무려 2,000만명 가까이 희생을 치렀다.이러한 러시아인들에게 최근 세번째 자부심이 생겼다. 세계 최대의 천연가스 회사이자 러시아 최대의 수출 기업인 가즈프롬(Gazprom)이 영국까지 가스관을 설치, 전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키로 한 것. 이 프로젝트는 우랄 산맥 서쪽의 천연가스 생산지인 그리야츠베츠에서 핀란드 비보르크 항을 거쳐 발트해-독일-네덜란드-북해를 경유, 영국까지 총 3,000㎞에 달하는 가스관을 연결하는 대역사다. 2007년 완공 목표이고 사업비만 57억달러가 예상된다.

러시아 정부가 51%의 주식을 갖고 있는 국영기업 가즈프롬은 전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25%에 대한 개발권을 갖고 있는 세계최대 가스기업. 러시아 국내총생산의 8%를 차지할 정도로 국가 경제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가즈프롬은 2002년 24%라는 높은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석유수출 사우디 제치고 세계 1위

러시아 경제의 부흥은 가즈프롬 같은 거대기업의 급성장을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의 주가(모스크바타임즈 주가지수)는 39.1%나 올랐다. 그만큼 러시아 경제의 미래를 낙관하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왕성한 기업활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다만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석유 및 천연가스 관련 회사가 6곳이나 되고 전력회사가 2곳을 차지할 만큼 에너지 산업에 너무 편중돼 있다는 것이 문제다. 그러나 최근엔 이동통신산업, 식음료 산업 등이 성장하며 점차 러시아 산업의 스펙트럼을 확대해가고 있다.

러시아 기업에 대한 외국자본의 투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러시아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을 통해 국제 자본시장에서 100억 달러 이상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2002년에 비하면 3배 정도 늘어난 것이다. 특히 서방의 메이저 에너지사들이 합작투자 형태로 러시아에 대한 직접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이다.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엑손모빌은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인 유코스의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고 영국 BP도 이미 러시아의 튜만오일과 50대50 합작으로 TNK-BP라는 석유회사를 만들었다. 이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주요 국가들이 9·11사태 이후 중동지역에 대한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대신 러시아와의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지난해를 계기로 석유수출량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추월, 세계 1위 수출국으로 올라선 상태다.

러시아 기업에 대한 해외투자 확대는 그만큼 러시아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졌다는 외부 평가를 반영한다. 유코스와 1,2위를 다투는 러시아의 석유 메이저 루코일은 러시아 기업중 최초로 런던증권거래소에 상장될 정도로 기업 투명성을 인정 받고 있다. 루코일은 특히 석유 개발 및 정제뿐 아니라 주유소 사업에도 직접 뛰어들어 미국, 우크라이나, 불가리아, 루마니아, 터키, 폴란드 시장까지 진출하고 있다.

수호이 3년 물량 수주

이 외에도 러시아가 전통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는 우주항공 분야와 원자력분야, 군수 분야에서도 러시아 기업들의 도약은 눈에 띈다. 특히 수호이 전투기로 유명한 군수업체 이르쿠트는 밀려드는 주문으로 이미 3년치 작업량을 선주문 받은 상태. 2002년 매출은 5억달러지만 주문으로는 45억달러에 달한다. 이러한 수호이의 인기에 힘입어 러시아는 2002년 48억2,000만달러의 무기를 수출, 2년 연속 무기 수출 최고기록을 갱신했다.

그러나 경제 석학들은 러시아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고급과학기술인력을 꼽고 있다.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 연구소 노다리 알렉산드로비치 시모니야 소장은 "정치 경제 사회가 점차 안정되면서 국외로 나갈 수밖에 없었던 고급과학 기술인력들이 점차 러시아로 돌아오는 추세"라며 "앞으로는 이들이 러시아 경제의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러시아의 기초 과학기술은 정보통신(IT) 산업이 성장할 수 있는 소중한 토양"이라며 "IT기술이 노후화한 산업 시설들을 부활시킬 경우 엄청난 생산력 증가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구 육지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영토와 1억5,000만명의 내수시장, 무궁무진한 천연자원에 고급과학기술인력까지 결합할 경우 러시아 경제의 장기 전망은 밝을 수밖에 없다는 게 낙관론자들의 설명이다.

/모스크바=박일근기자 ikpark@hk.co.kr

■"韓·러 경협 극동서 활성화 기대"/코조킨 러전략硏 소장

"러시아는 고도성장을 위한 조건을 모두 갖춘 상태이다. 무엇보다 과거 정치적 혼란이 사라지고 고유가 및 외국인 직접투자 증가로 자금이 풍부하다. 저렴한 노동력의 공급도 풍부하다. 2050년 G6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은 올바른 예측이라고 본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브레인으로 알려진 러시아전략연구소 유게니 미하일로비치 코조킨(사진) 소장은 지난달 18일 한국 언론과의 첫 인터뷰에서 러시아 경제의 미래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골드만 삭스가 러시아가 2050년 'G6'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동의하나.

"전체적으로 맞다고 본다. 현재 러시아경제는 고유가로 인한 수출의 영향으로 루블화가 안정되며 높은 경제성장률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외국인직접투자와 더불어 독립국가연합의 값싼 노동력이 유입되며 러시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무엇보다 대통령과 정부가 러시아 경제를 어떻게 이끌어 갈 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 총선에서 3분의2 이상 의석을 확보한 만큼 60∼70년대 일본처럼 정치 안정 속에 비약적인 경제 발전이 이어질 것이다."

―천연자원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전략은.

"최근 그 문제에 대한 대통령 주재의 회의가 있었다. 러시아는 현재 석유와 천연가스 등의 천연자원 수출로 인한 잉여를 경제 발전을 위해 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재원마련과 함께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푸틴 대통령이 호도로프코스키 전 유코스 사장을 구속한 것도 이러한 경제 개혁의 일환이다. 일부 올리가르히(재벌기업)의 경우 사실상의 무법지대에서 1인 통치를 해왔다. 그들은 은행간 거래를 불법도청할 뿐 아니라 정부 관료의 매수를 넘어 자기 사람을 정부에 진출시키기까지 했다. 민주국가 시스템에도 배치되고 국가 안보면에서도 위협이 되고 있어 일부 올리가르히에게 시그널을 준 것이다. 무엇보다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했다."

―한국기업 및 정부에 바라는 바는.

"한국과 러시아의 교역 규모가 30억달러 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기업들이 직접투자를 더욱 확대해 주고 특히 극동지역에서 한·러 경협이 활성화하기를 바란다. 자원협력 분야도 주력해야 할 부문이다."

/박일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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