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복 많이 받으라구요? 벌써 일복이 터졌습니다."지난해 '아이리버(iRiver)' 브랜드로 세계시장을 석권한 MP3 플레이어 전문업체 (주)레인콤. 아직도 '코스닥 대박'의 흥분이 가시지 않았을 법하지만, 2일 서울 서초동 본사 사무실은 평소와 다름 없는 '전쟁터'였다. 점심시간인데도 서류 검토나 전화 통화에 매달려 있는 직원들이 적지 않았다. 시무식과 함께 다소 여유롭게 새해 첫날을 시작하는 대부분의 기업과는 전혀 다른 광경이었다. 새로 입사할 직원들을 위해 미리 비워놓은 빈자리가 여기저기 눈에 띈다. 전략기획팀의 김동환 과장은 "오늘만 해도 신입사원 5명의 인사를 받았다"며 "1년 사이에 직원이 두 배 가까이 늘면서 사무실이 비좁다"고 말했다.
나날이 커가는 회사 규모와 달리 벤처업계의 '스타'로 떠오른 양덕준 사장은 많이 야위어 있었다. 양 사장은 "아무리 1등 업체라도 코스닥 들어가는 문은 좁았다"며 "마음 고생이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경쟁업체의 견제로 '4수' 끝에 코스닥에 입성한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양 사장은 올해를 명실 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는 원년으로 삼았다. 가장 시급한 것은 규모에 어울리는 조직을 갖추는 일. 지금까지는 창사 초기 멤버들의 팀워크로 꾸려왔지만 "성공한 벤처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대기업 못지않은 조직력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최근 한계에 달한 생산 시설도 고민이다. 중국 선전에 위치한 레인콤 공장의 생산 규모는 연간 240만대. 양 사장은 "미주·유럽에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며 "기존 3배 크기의 생산시설이 필요해 적당한 부지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인지 몇몇 임원들의 자리에는 연초부터 '해외 출장 중'이라는 푯말이 걸려있었다.
레인콤은 5일 창사 이후 처음으로 국내에서 제품 발표회를 갖는다. 이 달 중순께 미국 라스베이거스 가전쇼(CES)에서 공개할 20여개의 아이리버 신제품을 미리 선보이는 자리다. 제품기획팀의 정석원 과장은 "세계 최초의 컬러액정화면(LCD)모델과 카메라 내장 제품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극대화한 신개념의 MP3 플레이어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필립스, 애플컴퓨터, 삼성전자 등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한발 앞서가는 신제품을 선보이며 회사가 정상의 자리를 고수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그의 올해 목표.
올 봄에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3년차 여직원은 "가을쯤에 우리 사주로 받은 레인콤 주식을 팔아 20평짜리 서민 아파트 한 채를 살 계획"이라며 "그때까지 아파트 값이 안정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액면가격이 500원인 레인콤 주식은 구랍 19일 등록된 이후 10만원 안팎에서 고공비행을 하고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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