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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을 책과 함께/ 5개부문 권장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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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을 책과 함께/ 5개부문 권장도서

입력
2004.0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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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다. 수업은 없지만, 공부에서 완전 해방될 수도 없다. 그런데, 책을 읽으라고? 어른들의 그런 주문에 숙제를 하나 더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즐거운 책 읽기를 할 수 있다면? 겨울방학에 중고생들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을 골랐다. 방바닥에 배를 깔고 읽거나 책상에 앉아 긴 겨울밤을 더불어 새울 만한 친구들이다. 청소년 독서운동 단체인 '책으로따뜻한 세상 만드는 교사들'(줄임말 '책따세') 회원 선생님과 학생들이 가려 뽑은 겨울방학 추천서 목록도 소개한다. 책따세는 중고교 졸업생에게 권하는 책도 선정했다. (자세한 목록은 www.readread.co.kr 참조).● 새롭게 눈뜬 "자아" 찾기

청소년기는 고민도 호기심도 많은 시절. 나는 누구일까. 커서 무엇이 될까. 내가 살아갈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스페인 작가 호세 안토니오 미얀의 짧은 소설 '이름없는 작은 책'(큰나무 발행)의 주인공도 그랬다. 아무 것도 씌어있지 않은 작은 책은 '나는 왜 자라지 않는가' 하는 고민 끝에 자신의 존재를 알고자 여행을 떠난다. 도서관과 서가를 두루 다니고 백과사전을 찾아가는 긴 모험을 마치고 돌아온 작은 책에게 할아버지 책이 말한다. "네가 아직 어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넌 이 세상에서 뭐든지 될 수 있는 거란다" 라고.

'마음 알기, 자기 알기'(이남희 지음·실천문학사 발행)는 나를 알고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책이다. 청소년들이 직접 쓴 글로 설명하고 있어 피부에 와 닿는다. 평범한 10대들의 고민과 갈등, 꿈과 희망을 취재한 '어른들은 몰라요'(권기경 등 지음·휴머니스트 발행)도 중고생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의 선택'(안철수 등 지음·정음 발행)은 우리 사회 각계 명사 14명이 들려주는 각자의 청소년기 이야기다. 꿈을 이루기 위해 열정과 노력을 바치는 아름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다. 10대 소녀들에게는 '어딸멋져'(티나 슈와거 등 지음·이유 발행)를 권한다. 이 별난 제목은 '어머니와 딸이 함께 읽는 멋진 여자 이야기'의 줄임말.

/오미환기자 mhoh@hk.co.kr

● 흥미롭게 쓴 과학

과학 전반을 아울러 한눈에 보기에 최근 출간된 번역서 '거의 모든 것의 역사'(까치 발행) 만한 책도 찾기 힘들 것 같다. 여행 전문 기자 출신으로 비과학도인 저자 빌 브라이슨은 쉽고 재미있는 과학책을 한 권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3년 동안 공부해서 이 책을 썼다. 워낙 글솜씨가 출중한 데다 눈높이가 낮다는 게 장점이 되어 마치 소설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한 대목을 엿보자. '지구 45억 년 역사에서 우리의 존재가 얼마나 최근에 등장한 것인가를 더 잘 이해하려면 두 팔을 완전히 펴고 그것이 지구의 역사 전체를 나타낸다고 생각해보는 것이다. 한 손의 손톱 끝에서부터 다른 손의 손목까지가 선캄브리아기에 해당한다. 고등생물은 모두 그 다른 손의 손바닥 안에서 생겨났고 인간의 모든 역사는 손톱줄로 손톱을 다듬을 때 떨어져 나오는 중간 크기의 손톱 조각 한 알 속에 들어가 버린다.'

우주의 탄생에서 지구의 생성과 구성, 원자의 발견과 운동, 생명의 탄생과 진화, 유인원과 현생 인류의 등장까지 책 이름 그대로 일반인들이 과학과 관련해 궁금해할 만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루고 있다.

이 책 말고도 선생님의 설명이 시원치 않자 스스로 자기 이야기를 하고 나서는 원자들을 통해 화학 일반을 유쾌하게 소개한 '아톰으로 이루어진 세상'(라이너 그리스하머 지음·생각의나무 발행), 중국 옛 문헌에 보이는 과학적인 상상력을 설명한 '하늘을 나는 수레'(홍상훈 지음·솔 발행), 신화에서 이끌어낸 생물학 이야기 '하리하라의 생물학 카페'(이은희 지음·궁리 발행), 동물의 겨울생활을 다룬 '동물들의 겨울나기'(베른트 하인리히 지음·에코리브르 발행)도 즐기면서 볼만한 과학책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 삶의 감동이 있는 문학

작가 이미륵(1899∼1950)은 1920년 독일로 건너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독일에서 활동했다. 그는 이국 땅에서 한국의 문화와 풍속을 담은 글 속에 고국을 그리워하는 마음을 담았다. 그의 작품은 독일어로 쓰여져 독일 출판사에서 나왔으며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에서 번역돼 찬사를 받았지만, 그가 사랑한 고국 땅에서는 뒤늦게 소개됐다.

'이미륵 문학선집'의 첫 작품 '압록강은 흐른다'를 교실에서 배운 학생들은 그의 또 다른 아름다운 소설 '어머니'에 눈길이 갈 법하다. '이미륵 문학선집' 두 번째 작품으로 나온 '어머니'(정규화 옮김·계수나무 발행·사진)는 한일합방 직후를 배경으로 어머니와 아들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자식에게 주겠다고 재산을 지키는 어머니를 보면서 아들은 이해할 수 없고, 어머니는 신식 문화에 경도된 아들이 걱정스럽다. 어느날 아들은 어머니를 따뜻하게 포옹하고서는 이튿날 집을 나가버렸다. 이미륵의 '어머니'는 그가 그린 한국의 어머니가 동서고금의 어머니의 마음의 무늬와 다르지 않다는 데서 커다란 호소력을 갖는다.

200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존 쿳시의 소설 '야만인을 기다리며'(왕철 옮김·들녘 발행), 10여 년에 걸친 꼼꼼한 번역 작업이 돋보이는 제인 오스틴의 소설 '오만과 편견'(윤지관, 전승희 옮김·민음사 발행) 등과 '일제 패망기 원폭에 희생된 한국인의 비극적 삶을 현장 취재로 생생하게 살려낸 한수산씨의 장편소설 '까마귀'(전5권·해냄 발행), 시인 김선우씨가 바리공주 설화를 재해석한 '바리공주'(열림원 발행) 등도 읽어볼 만한 책이다.

/김지영기자

●일상에 녹아있는 역사

학기 중에 정사(正史) 외우느라 고생했으니 방학에는 좀 '시시한 역사'에 관심 가져보면 어떨까? 선조들의 생활사, 풍속사를 다룬 책이 여럿이다. 어떻게 보면 하잘 것 없는 이런 역사에 그러나 선조의 생생한 삶이 녹아 있다. 읽는 재미도 그만이다. 지난 해 출간된 '조선의 뒷골목 풍경'(강명관 지음·푸른역사 발행)이 대표적이다.

이 책에는 평생 술과 도박으로 살다 간 탕자, 기생의 기둥서방으로 유흥가를 주물렀던 왈짜, 투전에 날 새는 줄 몰랐던 도박꾼, 수백 명씩 무리를 이뤄 관청을 습격하고 재물을 털던 도적떼 등 공식 기록에서는 자취조차 흐릿한 사람들이 왁자지껄 걸어나온다.

군자의 나라를 자처하던 조선에서 고상하게만 비치던 양반들의 추한 모습도 들춰낸다. 과거장에서 시험 잘 보려고, 또 답안지 빨리 내려고 앞자리를 차지하려는 양반들이 무뢰배까지 동원해 몸싸움을 벌였다. 주먹질 발길질까지 난무했다. 답안을 대신 써주는 전문가까지 버젓이 시험장에 무사통과했다.

'오렌지족' 별감 이야기도 흥미롭다. 별감은 임금 바로 옆에서 왕명을 전달하고 왕이 쓸 벼루며 붓을 챙기고 궐문을 단속하던 하위직. 그들이 온갖 사치를 다 부려 옷치장하고 기생과 악사 등 장안의 연예인은 죄다 불러 춤과 노래로 놀이판을 벌이던 풍경이 생생하다.

그림을 통해 조선의 문화와 역사를 설명하는 '한국의 미 특강'(오주석 지음·솔 발행), 1930년대 서울 모습을 사진과 함께 들려주는 '내가 자란 서울'(어효선 글, 한영수 사진·대원사 발행) 등도 있다. 생활사는 아니지만 고구려 역사 현장을 10여 차례 현지 답사해 생생하게 복원한 '서길수 교수의 고구려 역사유적 답사'(사계절 발행)도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과 관련해 읽어볼 만하다.

/김범수기자

● 고전속에서 얻는 지혜

겨울에 '천자문(千字文)'으로 한자를 떼겠다고 다짐한 사람은 한 가지를 마음에 두어야 한다. 천자문은 한자 교육을 위한 책만이 아니라는 것. 1,000자의 서로 다른 글자에 중국의 정치와 철학과 역사를 비롯해 학문과 도덕, 인간상에 대한 이상이 담겼다.

소설가 김성동씨가 1,000글자를 한 자 한 자 직접 쓰고 주해를 단 '김성동 천자문'(청년사 발행·사진)은 1,400년 전 '천자문'을 오늘의 우리 삶에 비추었다는 데서 의미를 갖는다. 김씨는 유학자인 할아버지에게서 천자문을 배우고 한학과 유학을 익힌 작가다. 그는 천자문에 담긴 사상을 통해 빠른 속도로 치닫는 현대 문명과 일상을 비판하고 느리고 깊은 성찰을 하도록 이끈다. 각각의 글이 무슨 의미인지, 어떤 배경에서 그 글이 나왔는지를 설명하고, 내용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그림도 골라 넣었다. 고사와 역사 속 인물 등 풍부한 이야기도 함께 소개돼 풍요로운 인문적 소양을 얻을 수 있다. 일본·미국식 말투를 배제하고 우리 고유의 본디말을 살린 작가의 문체는 판소리를 따라 읽는 듯 하다.

조선 후기 실학자 박제가의 청나라 기행문 '북학의'(박정주 옮김·서해문집 발행)와 초(楚)와 한(漢) 두 나라 영웅 이야기인 '항우와 유방'(조병덕 지음·운디네 발행) 등 옛 이야기도 함께 읽을 만하다. 긴 노력을 들일 수 있다면 삼장법사의 천축 가는 길에 손오공과 저팔계, 사오정이 동행한 유명한 고전 '서유기'완역본(전10권·오승은 지음·임홍빈 옮김·문학과지성사 발행)에 도전하면 어떨까.

/김지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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