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메트로 피플/ 서울 여성동장 3인의 새해 설계
알림

메트로 피플/ 서울 여성동장 3인의 새해 설계

입력
2004.01.03 00:00
0 0

"원숭이처럼 부지런히 뛰며 주민들에게 희망과 기쁨을 듬뿍 안겨주고 싶습니다."나라 안팎의 어려운 일들로 어느 해보다 답답했던 2003년을 뒤로 하고 갑신년(甲申年) 새해가 밝았다. 그런 만큼 새 달력의 첫 장을 연 사람들의 마음은 희망으로 더욱 간절하다.

주민들과 부대끼며 서울 시정을 최일선에서 펴는 동장들, 특히 여성 동장들의 새해 각오는 남다르다. 시내 총 522명의 동장 중 여성 동장은 단 6명. 이들 중 3명의 여성 동장이 어렵게 한자리에 모여 서로를 위로하며 각자의 포부를 펼쳤다. 강북구 미아6·7동 김영진(54) 동장, 노원구 중계1동 이순분(48) 동장, 은평구 불광3동 최명숙(50) 동장이 그 주인공이다.

동장하면 희끗희끗한 머리에 나이 지긋한 어르신을 먼저 떠올리기 마련. 이들이 새로 부임했을 당시 환영의 박수 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여성동장들은 지난해 '그 많은 주민들 민원을 처리하려면 밤낮없이 뛰어다녀야 할텐데' '때로는 멱살잡이 등 험한 꼴도 봐야 하는 게 동장인데 여자가 잘 해낼 수 있을까' 등의 선입견을 깨는 데 가장 많은 힘을 쏟았다고 입을 모았다.

동장생활 1년이 조금 지난 이순분 중계1동장은 "직능단체 회원들과의 만남이 주로 저녁 술자리에서 이뤄져 쉽지 않았다"며 "그러나 빠짐없이 자리에 참석하려고 애쓰다 보니 그분들도 점차 이해해 주었다"고 말했다.

"주민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 애썼다"는 최명숙 불광3동장은 "이전 남성 동장들보다 더 열심히 하는 모습에 주민들이 '동살림에는 여자가 더 낫다'며 적극적으로 돕기 시작했다"며 미소를 지었다.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꼬리표를 떼내기 위해서는 모든 일에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방법밖에는 없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반면 '여성이기 때문에' 갖는 장점을 적극 활용해 주민들의 높은 호응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마다 관내를 순찰하는 김영진 미아6·7동장은 "혼자 사는 노인들을 찾아 반찬을 챙겨드리고 이부자리를 봐드릴 때면 손을 꼭 잡고 '딸 같아 좋다'며 흐뭇해 하신다"고 말했다. 그는 "작은 것까지 챙기는 세세함과 다정다감에 주민들이 쉽게 마음을 열었다"고 덧붙였다.

주민들과 호흡을 함께 하려고 발바닥이 닳도록 뛰었던 2003년은 이들 세 사람에게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한 한 해였다.

최 동장은 "주민자치위와 함께 '새정골'이라는 옛 이름을 찾아 알리고, 가을에 주민들이 모은 돈으로 새정골축제를 열었던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고 이 동장은 "아파트촌 특성상 마을 행사 참여율이 낮아 주민 참여를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써봤지만 결과가 신통치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동사무소는 시와 자치구의 정책을 맨 마지막에 집행하는 곳으로 고충이 만만치 않다. 작년 시에서 밀어붙인 승용차자율요일제는 특히나 어려웠다. 여러 기관에서 동시에 점검을 나와 열댓명 되는 동직원 전부가 아침부터 밤 11시까지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느라 다른 행정서비스에는 한동안 손도 못 댔다고 한다.

여성 동장들은 지난 1년의 경험을 밑천 삼아 더 큰 포부를 밝혔다. 김 동장은 "우리 동이 미아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주민 모두가 들떠있다"며 "뉴타운사업이 진정 주민들이 바라는 모습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충돌하지 않게 수렴하는데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최 동장은 "관내 대부분 지역이 좁은 골목에 다세대 주택이 밀집, 주차문제가 심각하다"며 "주차공간과 공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마을마당을 더 확보하는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목표를 정했다. 이에 뒤질세라 이 동장은 "늘어난 인구만큼 대중교통 수단이 부족해 버스 노선과 운행 버스 수를 늘리는데 힘을 쏟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여성 공무원의 수가 점차 늘고 있어 행정기관의 보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한 일. 이들은 "아직까지 공무원 사회에서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더 쉽고 덜 중요한' 일을 맡아왔던 게 사실"이라며 "여성에게 어렵다던 동장업무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만큼 모든 업무에 과감히 여성을 진출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