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 날 정치권의 가장 큰 화제는 역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세배정치'였다. 1일 퇴임후 처음으로 개방한 김 전 대통령의 서울 동교동 자택에는 1,500여명의 세배객이 모여들었다.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총선을 의식, 열띤 '구애(求愛)'경쟁을 벌였으나 김 전 대통령은 "정치에 관심도 많고 의견도 있지만 전직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대통령은 자택을 찾은 정치인, 국민의 정부 시절 각료, 전 청와대 비서진, 언론인들에게 '철의 실크로드' 등 남북 관계 문제만 언급했을 뿐 정치적 발언은 극도로 자제했다. 민주당에선 조순형 대표와 추미애 상임중앙위원 등 지도부와 중하위 당직자들이 버스 2대에 나눠 타고 전임 총재인 DJ를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은 조 대표 선친인 조병옥 박사와의 인연을 회고했고, 조 대표는 "김옥두 의원을 특보단장으로 임명했다"며 계보를 가리지 않고 탕평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열린우리당에선 김원기 의장과 김근태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동교동을 찾았다. 김 전 대통령은 6공 초반 여소야대 상황을 회고하며 "야당이 다수의 힘을 남용하지 않았다"고 말해 한나라당을 겨냥한 듯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김근태 원내대표가 고문 당했던 것을 언급하며 "존경스럽다"고 치켜세웠다.
김 대통령의 말을 놓고 민주당과 우리당은 2일까지 신경전을 벌였다. 민주당 추미애 위원은 "우리끼리 이심전심이 중요하다"고 말해 '김심'에 대한 자신감을 은근히 내비쳤다. 반면 우리당 이평수 공보실장은 "김근태 대표에 대한 각별한 관심은 정통 민주화 세력에 대한 애정의 반영"이라고 해석했다.
/범기영기자 bum710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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